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해를 넘겼다. 주요 대학병원장들은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연구와 교육 부문에서 혁신을 꾀하며 중증·희귀난치 질환 진료를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기창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최근 국정 혼란 상황으로 의정 사태는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1200여억원의 의료수익 적자라는 최악의 경영 실적에 직면해 있고, 올해도 적자 경영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세브란스의 전신인 제중원이 개원 140주년을 맞는 해다. 연세의료원은 신의료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주도해 신약 개발에 기여함으로써 정밀의료를 실현해 나갈 방침이다. 금 원장은 “긍정적 사고를 통해 혁신을 꾀해야 할 때다. 초고난도 질환 치료를 위한 시스템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세브란스가 초고난도 질환 치료 중심으로 진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대한민국 최상급 종합병원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 준공 예정인 가칭 칭다오세브란스재활병원, 영원무역과 추진 중인 방글라데시 메디컬 클러스터 등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글로벌 세브란스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은 전공의 공백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 등으로 인해 병원 내·외부 환경과 정책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인 만큼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상당한 외부 환경을 감안하면 의료계 전반이 변화와 혁신을 강하게 요구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 시범사업 참여에 따라 중증·희귀난치질환 진료에 더욱 집중해야 하고, 전공의 공백에 대응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대와 용기’에 이은 ‘도전과 성장’이라는 학교법인의 경영 방침처럼 병원과 교직원 모두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기회라고 믿고 나아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초격차 미래병원을 향한 의료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윤을식 고려대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이날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에서 가진 신년하례식에서 “지난해 의료계를 덮친 혼란은 큰 시련이었으나, 과거 숱한 위기를 극복했던 고대의료원만의 DNA로 하나 되어 어려움을 헤쳐 왔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새해에는 중증 난치성질환 중심 의료기관으로서, 난치병 정복을 위한 첫발을 내딛는 ‘패스파인더’로서 상급종합병원의 개념을 완전히 새로 정립하고, 인력과 시설 전반을 아우르는 변화를 통해 사회경제적 외부 상황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항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