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등에 탑재된 음성 비서 ‘시리(Siri)’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소비자 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사측이 소비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애플은 총 9500만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예비 합의안을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 법원에 제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17일부터 지난해까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시리가 탑재된 애플 기기를 사용한 소비자들은 기기당 20달러의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합의금을 받을 수 있는 기기는 1인당 최대 5개로 제한된다. 청구인들은 미국 영토 내에서 해당 기기를 구입·소유했으며 이 기기에서 시리가 동의 없이 활성화됐음을 입증해야 한다.
앞서 해당 소송 청구인들은 음성을 통해 시리를 불러내지 않았음에도 시리가 몰래 활성화돼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엿들었으며, 일부 대화 내용은 광고 등에 활용되도록 기업에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애플 기기 근처에서 대화한 뒤 그 내용에 포함됐던 나이키 운동화 ‘에어 조던’에 관한 타깃 광고를 받은 사례 등이 소송 내용에 포함됐다.
청구인들은 이런 사례들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기본적 인권 보호를 위한 투쟁’이라고 표현해 온 애플의 오랜 개인 보호 정책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애플은 합의안을 내놓으면서도 이러한 청구인들의 주장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합의안은 법원의 승인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 애플 측은 청구 자격이 있는 소비자 중 3∼5%만이 실제 합의금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AP통신은 “이 합의금은 애플이 지난 2014년 9월 이후 벌어들인 7050억달러(약 1037조원)의 이익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애플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재판에 넘겨질 경우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돼 온 약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와 비교해도 일부에 그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