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의 53%만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1%는 노후 최저생활비에 한참 못 미치는 월 30만원가량의 연금액을 수령하고 있었다. 특히 여성과 지역가입자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처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노후 대비 수단으로써 연금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메울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라운드 테이블’에서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 3명 중 1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국민연금’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상황”이라면서 “소득대체율을 중심으로 한 논의보다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윤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18~59세 인구 3010만명 중 1034만명이 납부예외, 적용제외, 장기체납으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가입 사각지대는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연금을 받더라도 급여 수준이 낮은 수급 사각지대로 이어졌다. 실제 65세 이상 인구 999만명 중 53%(526만명)만이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31%가 월 30만원도 되지 않는 낮은 연금을 받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18~59세 총 인구 3088만명의 41% 정도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위치했다. 특히 지역가입자는 연금 사각지대에 처할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2023년 기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685만명 중 306만명(44.7%)는 사업중단·실직·휴직 등의 사유로 납부예외, 88만명(12.8%)은 장기체납 상태다. 회사가 보험료 절반을 내주는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출산·양육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한 상당수의 여성들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각지대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8~26세(14.6%)와 27~29세(2.9%) 연령대에서 남성 대비 낮았으나 30대(11%), 40대(13.1%) 등에서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납부예외자는 40대까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성보다 높았으나, 50대에서는 남성(48.7%)과 여성(51.3%) 간 역전이 발생한다. 장기체납 역시 전 연령대에 걸쳐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들의 경우 M자 곡선 고용 양태를 보인다. 20대까지는 여성들의 사각지대 비중이 남성보다 더 낮게 나타나다가, 30대가 되면 출산·육아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연금 사각지대에 편입되는 비중이 커진다”면서 “여성들은 연금 적용 측면에서 사각지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소득 배우자의 경우 적용제외자로 분류되는데,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조사됐다. 20대 중반까지는 남성(54.2%)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성(45.8%)보다 높았으나 이후 역전돼 전 연령대에 걸쳐 여성 적용제외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기준 무소득배우자는 약 53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65%가 여성이고 가입이력이 전혀 없는 자의 비중도 17.5%(93만명)에 달한다.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연금 제도가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근거하고 있어 여성의 경제, 사회적 참여가 증가하는 현실과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재정 안정화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70%에서 40%로 낮아진 상황에서 급여적정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제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저소득 지역가입자 중 납부재개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료 지원 사업이 시행 중에 있으나, 지원 대상이 납부재개자로 한정돼 있고, 지원기간 상한은 최대 12개월이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납부재개자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기간 또한 1년에서 3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연금개혁을 통해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박창규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정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부분이 노후를 대비하기 불충분하기 때문에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여러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사업은 지원 요건이 까다롭고 기간이 짧다는 문제가 있어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