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한국 내 정치 상황과 관련해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malign influence)’을 우려하며 “한미동맹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배넌의 팟캐스트 방송인 ‘워 룸(War Room)’에서는 전직 육군 대령으로 국방부에서 사이버 정책 담당 디렉터 등을 지낸 존 밀스(John Mills)가 패널로 출연해 한국의 정국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배넌은 강경 우파 성향으로 트럼프에 전략·정책을 공급하는 최측근 인사다. 그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불리는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밀스는 지난 2023년 9월 ‘딥스테이트와의 전쟁(War Against The Deep State)’이란 책을 낸 매가 인사다.
배넌은 해당 방송에서 “지금 한국 상황이 급격히 통제 불능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세력에 대항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결집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등의 탄핵 찬반 집회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밀스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권력 투쟁의 한가운데 있다”며 “지금은 한국에 중요한 순간이고, 이 정부가 무너지면 한미동맹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워 룸 홈페이지는 이날 방송 내용을 요약해서 전하며 “한국의 정치 위기는 국내 문제일 뿐 아니라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6·25 전쟁 이래 주한미군 약 2만8,000명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데,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시위와 정치 불안으로 윤 대통령이 퇴진하게 되면 중국이 한미동맹을 훼손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탄핵 정국 속 유력한 차기 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밀스는 이 대표에 대해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의 철폐를 주장해 왔다”면서 “그의 반미(反美) 노선은 중국의 지정학적 목표와 일치하고, 중국은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핵심 파트너인 일본과의 긴장된 관계를 재건하려 시도하고 있는데,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좌파 정치인들은 극도로 반일(反日)적이어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밀스는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워 룸은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한국 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역내 안보 역할이 재편될 수 있는 잠재적 파급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 국민들은 동북아의 안정적인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학적 투쟁의 중심에 서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