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트럼프’에 잘 나가던 뷰티업계 긴장…인디브랜드 전망 안갯속

‘고환율·트럼프’에 잘 나가던 뷰티업계 긴장…인디브랜드 전망 안갯속

화장품 일부 원료 수입…장기화 시 대책 필요
수출 중심 브랜드는 고환율로 환차익 보기도
“수출 판로 확대하는 등 방법 재고해 봐야”

기사승인 2025-01-09 06:00:08
지난해 10월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K-뷰티를 이끌고 있는 국내 인디브랜드 업계가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고환율이 굳어질 경우 수출 판로 확대 등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올해 K뷰티 수출액이 전년 대비 3~1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랑스를 누르고 미국 시장 내 화장품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해외 시장에서 인디브랜드 입지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 2기가 출범하고, 국내는 지난달 선포된 계엄령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고환율이 지속되자 화장품 업계도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한 이새누리(22·여)씨는 “올리브영에 입점한 브랜드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져서 좋다”며 “확실히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들이 성능 대비 가격이 싸다고 느낀다. 그런 이유로 일부러 인디브랜드를 찾아 쓰는 편”이라고 전했다.

명동 거리에서 화장품을 살펴보던 일본인 A씨도 “예민한 피부라서 유명한 브랜드의 토너 제품을 10개 이상 써 봤는데, 너무 비싸거나 피부에 맞는 것이 없었다”며 “그러다 우연히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잘 맞아서 이것만 쓰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해당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 

뷰티업계는 국내에서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 브랜드는 환차익을 보겠지만, 반대로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중소기업은 고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당분간은 이미 수입해 온 원료를 활용하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영향을 체감하지 못한 곳이 많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수입 원료 여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아직까지는 (영업에) 문제가 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해외 매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달러 상승으로 환차익을 볼 수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ODM업계 관계자는 “정국이 당분간 쉽게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새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율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고환율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보통 화장품은 가격이 1~2만원대로 저렴한 경우가 많아, 1000원만 가격이 올라도 타 제품과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고환율이 장기적으로 굳어지게 된다면 수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근 3년간 미국 최대 유통 플랫폼 아마존 내에서 K뷰티 인디브랜드 수는 1.4배 늘었다. 지난해 기준 230개까지 증가한 것이다. 아마존 측은 지난 1년간 K뷰티 셀러의 총 판매량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75%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아마존 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를 겨냥한 뷰티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며 “환차손이 커지는 경우 브랜드가 해외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수출 판로를 다양화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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