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과잉 비급여진료 본인부담률 확 올린다

베일 벗은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과잉 비급여진료 본인부담률 확 올린다

기사승인 2025-01-09 15:12:25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대현 기자

정부가 도수치료 등 과잉 비급여 진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환자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병행진료는 환자가 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5세대 실손보험 계약자는 총 진료비의 81%를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으로 환자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그간 비용이나 시행 건수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비급여 진료는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병원들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는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부추겨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필수의료 의사들의 이탈을 촉진해 지역·필수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비급여에 대한 실손보험 보장은 의료비 증가로 이어졌으며 비급여 항목이 많은 정형외과, 안과 등으로 의사 쏠림이 나타나면서 필수의료가 약화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4년 상반기 비급여 보고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분 1068개 비급여 보고항목의 진료비 규모는 총 1조8869억원이다. 의과 분야에서 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도수치료로 1208억원을 기록했다. 근골격계 질환 체외충격파치료 진료비는 70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급여 진료 ‘관리급여’ 전환…진료 기준·가격 설정

이에 정부는 중증·희귀질환 등 꼭 필요한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고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의 경우 관리급여로 전환해 진료 기준·가격 등을 설정하고 점검할 방침이다. 관리급여란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진료 등에 대해 임상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 임시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관리급여엔 환자부담률 50~90%가 적용된다. 관리급여로 지정해 도수치료 등 고가의 비급여 진료 가격을 통제하면서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여 과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결정되진 않았으나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통증치료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현재 4세대 보험 가입자가 평균 10만원가량인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은 3만원(30%)만 내면 된다. 그러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등재되면 본인부담금(90%)이 9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박효상 기자

비급여와 급여 치료를 병행하는 ‘혼합진료’에 대해선 급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과도하게 이뤄지는 비중증·과잉공급 질환을 집중 관리해 의료비 지출을 줄이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혼합진료는 비싸거나 크게 필요치 않은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를 급여 진료에 끼워 치료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가령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수술을 하도록 한다거나, 급여가 적용되는 물리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유도하는 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혼합진료가 늘면서 백내장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진료비가 연간 1600억원에 달한다. 

이 방안대로라면 미용·성형, 라섹 등 비급여 행위를 하면서 실손보험으로 의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급여 치료를 병행할 땐 100% 본인이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혼합진료가 제한되는 비급여 항목을 고시할 예정이다. 예외적으로 부득이하게 같이 이뤄져야 하는 병행진료는 별도 기준을 마련해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인정하는 안전장치를 둘 방침이다.

정부는 비급여 재평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비급여 목적·대상·방법 등 사용 범위를 명확히 제시할 계획이다. 재평가 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한 비급여에 대해선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등을 거쳐 등재 목록에서 삭제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신데렐라 주사 등 의료기관별로 명칭이 다른 선택 비급여 명칭과 코드는 표준화 작업에 나선다. 진료비 영수증을 발행할 때 명칭과 코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 비급여 정보를 공개해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한다. 현재는 비급여 항목별 가격 위주로 정보가 공개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총진료비, 종별·지역별 세부 진료비, 비급여 진료 목적 및 진료비 증가율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은 산재한 비급여 정보를 모아 공유하는 포털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 포털에서 지역별 비급여 가격 편차를 안내해 전국 최저 가격, 평균값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의료법을 개정해 비급여 진료 시 항목, 가격, 사유, 대체 항목 등을 설명하고 환자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지원하고 가격과 안전성, 대체급여 진료 등 환자 입장에서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건전한 의료공급 생태계를 조성하고 필수의료 분야가 충분한 보상과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세대 실손보험’ 도입…자부담 확대

이어 비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 한도를 축소하는 5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된다. 1~2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에 대한 보장이 커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남발을 우려해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비급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기준을 신설할 방침이다.

앞으로 출시되는 5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자기부담률이 기존 30%에서 50%까지 확대되고, 보장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축소될 전망이다.5세대 실손보험은 일반질환자와 중증질환자를 구분해 급여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다. 중증질환자는 암,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중증외상 등 국민건강보험법상 산정특례 등록자다. 일반질환자 급여의료비는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반면 중증질환자 급여의료비는 최저 자기부담률인 20%만 적용한다. 또 임산·출산 급여의료비를 신규 보장한다.

정부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일정 보상금을 주고 새로운 실손보험 가입을 유도할 예정이다. 다만 비급여 관리 체계와 효과 등을 검토해 출시 일정은 2026년 6월 이후로 예상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비급여의 과도한 팽창에 따른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해 필수의료과의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고 필수의료 의료진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혁해 절감된 재정은 지역 필수의료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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