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 있는지도 모를 ‘비급여 진료’…건보공단 “병원 신고 받아 표준화”

몇 개 있는지도 모를 ‘비급여 진료’…건보공단 “병원 신고 받아 표준화”

정기석 이사장, 간담회서 비급여 관리 의지 피력
비급여 자료 수집 확대…혼합진료 효과성 연구도
‘특사경법’ 논의 지지부진…“다음 법사위 기대”
“2년 연속 건보료 동결 처음…과다 의료 이용 줄여야”

기사승인 2024-11-28 10:05:05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7일 서울 모처에서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위해 비급여 진료 관리에 고삐를 쥔다. 비급여 항목을 구분하고 혼합진료 금지를 위해 관련 연구도 진행한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27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단 간담회를 갖고 “몇 개가 있는지도 모르는 비급여가 국민 건강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자료를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간 비급여 진료 시장은 비용이나 시행 건수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의료계 사각지대였다. 비급여 진료는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표준화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병원들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정확한 통계도 없다. 재정당국에 따르면 연간 비급여 진료비 추정 총액은 2010년 8조1810억원에서 2021년 17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는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부추겨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필수의료 의사들의 이탈을 촉진해 지역·필수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현재 건보공단은 일선 병·의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보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12월 정부와 국회는 관련 의료법(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비급여 보고제)을 개정해 지난해 처음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내역을 제출받았다. 올해 3월엔 7만여 곳의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해 전국 모든 병·의원을 조사했다. 공단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 7만2815개소 중 95%(6만9200개소)가 비급여 자료를 제출했다. 보고한 항목은 1068개로 지난해 594개 항목에 비해 474개 항목이 늘어났다.

건보공단은 비급여 자료 수집을 확대하고 목록화 해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비급여관리실에 연구원 출신의 전문가를 둬 비급여 분류를 계속하고 있다”며 “새로 생긴 비급여에 대해선 신고 제도를 통해 다 받아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 그 점은 아쉽지만 계속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 있게 한 번씩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혼합진료 금지 방안에 대해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다는데 공단과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특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것 같다”면서 “혼합진료를 줄이는 건 오랜 바람이기도 하다. 비슷한 효능을 가진 의료행위 두 개를 같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신데렐라 주사’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같은 날에 도수치료를 받고 물리치료와 온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검증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현실성 있는 연구도 같이할 생각이다”라고 부연했다.

건보공단 내 특별사법경찰 도입 노력도 이어간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법사법경찰권 부여 관련 법률안’(특사경법)은 사무장병원이나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요양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공단 임직원에게 특법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큰 원인인 불법 개설기관을 척결하기 위한 공단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특사경 도입은 수년째 요원하다. 건보공단은 불법 개설기관으로 의심돼 현장 조사에 나서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이나 공범으로 추정되는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나쁜 사람은 때려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특사경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운영하는 사례는 반드시 발본색원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가 워낙 여러모로 다사다난해서 이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안 됐지만 다음 법사위에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특사경 도입에 찬성하는 분은 기를 모아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상황에서 건보 재정 건전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공단 창립 이후 2년 연속 건보료 동결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내부적으로 걱정이 크지만 올해 급여 지출이 많지 않아서 보험료 동결 부분이 상쇄되고 있다”면서 “과다한 의료 소비는 줄여나가야 한다. 성실하게 건보료를 납부하고 아플 때 병원에 가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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