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 불똥 튄 국내 보험사…기후 위기 대응은

LA 산불 불똥 튄 국내 보험사…기후 위기 대응은

기사승인 2025-01-16 06:00:10
11일 발생한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알타데나의 주택가. 연합뉴스

국내 보험사가 기후위기에서 촉발된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대형 산불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는 점점 늘어나는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후 위기 관련 국제 대응 기구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7일부터 LA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37건의 물건에 최대 6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보유한 물건이 전손됐을 때 예상되는 최대 피해액”이라고 설명했다. DB손보는 지난해 5월 괌 태풍으로 1000억원대 손해를 입었다.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이번 산불 손실액을 1000만 달러(약 146억원)에서 1900만 달러(약 278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이번 화재 지역은 기존에 위험한 지역으로 보고 인수 한도를 적게 잡았다”면서 “누적 관리를 해 손해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UCLA 연구진은 이번 LA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은 5월부터 비가 오지 않아 1960년대 이래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 이번과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UN 권고 보험포럼에 국내 보험사 0곳

기후위기가 보험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보험사는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SFOC)이 추정한 국내 10개 손해보험사(삼성·DB·현대·메리츠·KB·한화·롯데·흥국·농협·하나)의 지난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 규모는 2596만 톤에 달한다. 이는 같은해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국제기구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2021년부터 보험사에 탄소 무배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올해 기준 UNEP이 권고한 넷제로 전환을 위한 보험포럼(FIT)에 참여한 국내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

FIT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기구다. 구체적으로는 보험사가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도록 돕는다. 자산운용이나 리스크 관리, 상품 설계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기후 위기 리스크를 고려한 재생 가능 에너지 관련 보험 상품 등의 개발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개별 보험사는 각 사가 관리하고 있는 자산과 판매하는 상품의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만들어 지침에 따라 공시해야 한다. 연도별로 탄소중립 목표치에 대한 이행 상황도 평가해 공개한다. 이 과정의 부담이 크지만, 포럼 참여로 국제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국제적인 기후 관련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트럼프 2.0 시대, 합류하기도 ‘부정적’

향후 국내 보험사의 참여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 기조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UNEP는 FIT의 전신인 넷제로 보험 동맹(ZNIA)을 출범했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 23개 주지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4월 해체했다.

미 공화당 주지사들은 넷제로 동맹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대한 차별이자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ZNIA에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농협손해,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등 여러 국내 보험사가 서명했다. 하지만 미 공화당 반대가 이어지면서 지난 2023년 삼성화재와 신한라이프가 탈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2기 정부를 꾸리게 되면서 앞으로 보험 관련 기후 대응 네트워크가 다시 확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공화당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뮌헨재보험, 알리안츠 등 NZIA에서 탈퇴했던 해외 대형 보험사도 FIT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속되는 기후위기 앞에 국내 보험사의 노력은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 김원각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는 연구를 통해 “보험사 스스로 법인으로서 기후변화에 실질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상품 개발이나 영업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국내 보험사들이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기업활동 규범으로 작동하는 규제를 선도하거나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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