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들 속 찾았네 바로, 잡초들 사이 활짝 핀 내 뷰티 플라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가장 유행하는 대사를 꼽으라면, 단연 타노스(최승현)의 랩일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찌 됐든 이슈의 중심에 선 그룹 빅뱅 출신 최승현(탑)을 15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승현은 극 중 명기(임시완)이 추천한 코인에 투자했다가 거액을 잃은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았다. 앞서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았던 그의 합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은퇴를 선언했던 만큼, 그를 응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여기에 출연 배우 몇몇과의 친분으로 발탁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그는 “억울한 감정보다는 속상한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제가 또 이렇게 위대한 작품이 손해를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괜히 오해를 받으신 선배님들한테도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하차할까 생각도 했고 무너졌었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끝까지 한번 해보자고 해주셨어요. 저도 용기를 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제로는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를 받았고, 황동혁 감독과의 미팅을 거쳐 출연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 캐릭터를 접했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진짜 ‘약쟁이 래퍼’였던 그가 ‘약쟁이 래퍼’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이미지 박제”가 우려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타노스로 분하게 된 까닭은 황 감독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럼에도 용기를 낸 이유는 덜떨어진 찌질이 힙합 루저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에 끌렸어요. 가장 컸던 건 지난 10년 동안 아무도 제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런 제게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고 믿음을 주셨잖아요. 꼭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언제나 과하게 상기된 표정에 기괴한 행동을 하는 타노스는 황동혁 감독과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조율하며 완성했다.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치밀하게 만들었어요. 사실 내성적인 편인데, 감독님께서는 다른 차원의 ‘하이 텐션’을 원하셨어요. 긴장되는 상황에서 환기를 시켜주는 광대 같기도 하고, 정신 연령으로 따지면 짱구 정도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30대 후반이다 보니 연기할 때 부끄럽기도 했지만, 캐릭터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서 감독님의 디렉션에 충실히 따르려고 했어요.”
타노스는 일상적인 말조차 랩으로 뱉는 인물이다. 강미나(송지우)에게 추파를 던질 때도 프리스타일 랩을 해버린다. 그 와중에 가사는 평가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유치한데, 이는 의외로 최승현의 의도였다. “감독님이 써주셨던 랩이 있는데, 그게 조금 더 길었어요. 그런데 좀 더 바보같이 오그라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뷰티 플라워’는 제가 썼어요. 19세 작품이지만 어린 친구들이 릴스나 쇼츠를 많이 보잖아요. 이 장면 자체가 밈이 돼서 따라 할 수 있는 랩이 되길 바라면서 단순하고 직관적인 문장을 나열했어요.”
타노스와 명기를 필두로 하는 화장실 격투신은 전개에 있어서 주요 장면 중 하나였다. 최승현은 이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갈비뼈를 다쳤다. 함께 합을 맞췄던 임시완은 인터뷰에서 그의 부상 투혼을 높이 산 바 있다. “(임시완과) 둘이서 공중에 붕 떴는데 착지가 잘못돼서 갈비뼈에 금이 갔어요. 다행히 시완 씨도 액션 경험이 많다 보니까 합이 잘 맞았는데, 잠깐 긴장을 풀어서 생긴 사고죠. 워낙 많은 배우와 함께 하는 신이어서 응급처치를 받고 끝까지 마무리하려고 했어요.”
최승현에게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새로운 시작’이 될 전망이다. “인터뷰를 하니까 이제 좀 실감이 나네요. 감개무량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합심해서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걸 10년 만에 느꼈는데요. 가슴이 뭉클하고 하늘에 감사했습니다. 이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보다 많은 뭇매를 맞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스스로 더 단단해진 것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