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안에 투약하는 SC제형…다양한 치료제에 접목

5분 안에 투약하는 SC제형…다양한 치료제에 접목

기사승인 2025-01-19 06:00:10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이 링거 형태로 맞는 정맥주사제(IV)에서 피부에 간편하게 놓는 피하주사제(SC)로 옮겨가고 있다.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치매, 자가면역질환 의약품이 SC제형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일부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SC제형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SC제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SC제형은 병원에서 1시간 이상 정맥에 약물을 투약해야 하는 기존 IV제형 대비 투약 시간이 3~5분 수준으로 짧고, 효과는 동일하다. 환자가 자가주사를 통해 용량 조절도 쉽게 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피하주사제 시장 규모는 2019년 212억달러(한화 약 30조원)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10.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파마는 투약 편의성이 높은 SC제형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SC제형 치료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5)’에서도 주목받았다. 미국 MSD는 JPMHC 2025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연내 런칭하고, 출시 1년6개월 안에 키트루다 매출의 30~40%를 키트루다SC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MSD는 키트루다SC 임상 3상 톱라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매출 250억달러(약 34조원)를 올린 글로벌 1위 의약품으로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다이이찌산쿄도 JPMHC 2025에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의 SC제형 개발 계획을 전했다. 다이이찌산쿄와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기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원천 기술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엔허투SC’ 개발에 나섰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이 27억80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은 면역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SC제형 치료제에 대한 FDA 승인을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선 리브리반트SC를 투여한 환자의 생존율이 51%에서 65%로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리브리반트는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쁜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폐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다. EGFR 변이 폐암의 5년 생존율은 20%도 되지 않는다. 얀센 측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분야인 만큼 리브리반트SC의 FDA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SC제형 치료제의 허가가 잇따르고 있어 시장 기대감도 높아진다. 스위스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에 이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면역관문억제제(PD-1 억제제)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SC제형(상품명 옵디보 큐반틱)으로 지난해 12월 FDA 승인을 취득했다. 이번 허가로 옵디보 큐반틱은 위암, 식도암, 간세포암 등 고형암 11종에 사용이 가능해졌다.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치매 치료제도 SC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는 최근 SC제형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렘터네터그’(성분명 알렘투주맙·프로젝트명 LY3372993)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전 세계 의료기관 316곳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연구로 국내에선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의료기관 17곳이 임상 연구에 참여한다. 앞서 렘터네터그는 경증·중등도 인지장애 또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투약한 결과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가 제거되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정식 출시된 일본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주’(성분명 레카네맙)의 SC제형 허가 여부는 오는 8월 결정될 예정이다. 에자이는 2주에 1회 IV제형 레켐비 초기 치료 종료 후 주 1회 피하 자동주사기(SC-AI)로 투여하는 유지요법으로 허가 승인을 신청했다. 에자이는 레켐비SC가 승인될 경우 환자들이 자택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어 병원 방문 필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국내 제약사들도 SC제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선두주자는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는 지난해 7월 기준 유럽에서 2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에선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해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서 운영하는 6개 공·사보험 계약을 모두 확보했다. 램시마SC는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를 SC제형으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

SC제형 치료제는 신약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함과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 편의성도 높일 수 있는 만큼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C제형의 편의성 덕분에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다. 제약사들이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보고 적극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기존 치료제에도 SC제형 기술이 적용되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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