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 출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 정책과 탈중국화 추진에 따른 반사 이익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의료·제약 관련 정책 기조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미국 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외교적으로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트럼프 2.0 정부의 정책 동향과 국내 보건산업 영향 및 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미국에 대한 경제적·무역적 의존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어지는 보건의료 분야 정책 변화가 국내 제약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약가 인하 정책을 통해 미국인들의 의료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힘쓸 계획이다. 미국은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약가가 평균 2.6배가량 높은 실정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약가 인하와 투명성 강화를 주요 정책 아젠다로 제시하며 약가 부담 경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혜국(MFN) 모델을 도입해 정부가 직접 약가를 통제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 대신 국제가격 비교를 통해 제약사의 자발적 가격 조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약가 인하가 이뤄지도록 꾀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적용해 정부가 제조사와 약가를 협상하는 방식을 전개한 것과는 반대다.
약가 인하 정책은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시밀러는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도 약가 인하 정책을 시행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성장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신약 개발은 MFN 모델이 도입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약가가 낮아져 신약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 여력과 고부가가치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유인이 줄어들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중국 간 갈등으로 인한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발의한 생물보안법은 미국 연방기관·기업과 중국 바이오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법이 시행되면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제한된다. 제재 대상에는 위탁개발생산(CDMO)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인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도 포함돼 있다. 국내 CDMO 업체들에 반사 수혜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6월 ‘2024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 기자간담회에서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이미 새 파트너를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면서 “우리도 최근 다양한 고객사들로부터 수주 관련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발 맞춰 국내 제약사들은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보령, 종근당,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CDMO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셀트리온은 CDMO 사업을 위해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했고, 대웅바이오는 지난해 9월 바이오 공장을 완공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과거 약가 인하를 위한 방안으로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을 통한 경쟁 강화를 언급한 바 있다”면서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춘다는 관점에서, 국내 CDMO 업체들의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생물보안법은 2024년 연내 통과가 예상됐으나 상원 표결에 실패하며 법안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법안 진행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등을 밝히며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생물보안법 통과가 지연되더라도 빅파마들의 신규 수주 시 중국 CDMO 선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