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휴대폰 판매 업계는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고가요금제와 휴대폰 단말기 가격으로 소비자가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과기부는 해결책 마련을 위해 이통3사‧유통점 등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를 방문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단통법 폐지에 앞서 현장소통에 나섰다.
유 장관은 이동통신 판매점 3곳을 방문해 사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의 어려움, 단통법 폐지 후 효과 미비 우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휴대폰 집단 상가 상인들은 단통법 폐지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고가요금제부터 해결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과거 최고가 요금제가 7만9000원이었으나 현재 11만원에서 13만원까지 올라 판매점과 구매자 모두 부담”이라며 “높은 요금제로 해야 할인을 할 수 있는 구조여서 알뜰폰이나 자급제 쪽으로 손님이 유출돼 일반 매장은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히며 번호이동 고객에게 추가로 지원금을 주는 ‘전환 지원금’을 도입했다. 강변 테크노마트 현장에서는 소비자에게 30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상 5만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단통법 폐지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단통법 폐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원금이 올라가면서 소비자에게 비싼 요금제를 강요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알뜰폰과 중고폰이 가계통신비 경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냐는 유 장관에 질의에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알뜰폰도 요금제는 저렴하나 단말기에 대한 출고가를 모두 지불해야하기에 부담은 똑같다”며 “중고폰도 가격이 저렴하지 않고 AS기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서 민상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이사도 “가계 통신비 인하를 체감하기 위해서 통신사의 입장도 있지만 중소 상인들의 이야기도 들어줬으면 한다”며 “이번 방문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장관은 유통채널 협의체 구성 등 정기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현재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진행하면 애플의 아이폰은 출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고, 삼성 갤럭시는 무료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온라인 판매점 등을 중심으로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붙어 단말기 가격보다 많은 보조금을 제공하는 ‘마이너스폰’도 등장했다. 네이버 카페에는 일명 ‘성지’라 불리는 휴대폰 유통업체들의 시세표도 공유하고 있다. 성지는 장려금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가입자를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유 장관도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인정했다. 유 장관은 “경쟁에 맡기다보면 혼란이 올 수 있기에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을 해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용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유 장관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의견도 들었다. 통신 3사는 단통법 폐지 후 시장 균형과 함께 단말기 제조사 즉, 삼성 측에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쟁 촉진과 이용자 차별 금지 사이에 균형점이 있어야 단통법 폐지가 판매점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조사도 상당한 기여가 있어야 가계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 장관은 “단말 제조사가 기여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며 “이동통신사가 AI 기술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나가 국내 시장 마진을 줄였으면 한다”고 답했다.
통신 3사의 이야기를 듣고 한 판매점 관계자는 “AI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알겠으나 현재 매장들을 보면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통신3사가 자회사 밀어주기, 특수 채널 판매 강화 등으로 유통기업은 겨우 버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단통법 폐지안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단통법 폐지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에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일부 소비자만 혜택을 받는 것이 시장 경쟁이 아니기에 불법 영업의 강력한 처벌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포된 단통법 폐지안은 이후 국무회의, 공포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22일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