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2일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정기 지수 종목 조정을 앞두고 편출입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편입 없이 대규모 편출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더기 편출이 현실화할 경우,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 증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SCI 2월 정기 리뷰 결과는 다음달 12일 나온다. 심사대상일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31일까지 10거래일 중 무작위로 하루를 정한다. 구성 종목 조정(리밸런싱·Rebalancing)은 다음달 28일에 이뤄진 뒤 오는 3월3일 지수에 적용된다.
MSCI는 미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작성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다. 세계 펀드의 30%, 미국계 펀드의 약 95%가 지표로 삼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MSCI는 전체 시가총액과 유동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수 편입 종목을 선정하거나 편출한다. 투자자들은 해당 지수를 통해 지역별, 국가별 주식시장의 특성과 위험성을 가늠한다. 통상적으로 MSCI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패시브 자금(시장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증권가에서는 MSCI 종목이 기존 92개에서 80개로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쇄적으로 MSCI 신흥국 지수를 구성하는 국내 기업 수도 줄어드는 영향이다. 신규 편출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는 엘앤에프, 엔켐, 포스코DX, LG화학우, 롯데케미칼 등 10여개 종목이 거론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선주 편출은 흔치 않은 편”이라며 “그만큼 국내 증시 부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 편입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D현대미포, 삼양식품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되지만,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기간 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야 한다.
무더기 편출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증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 비중이 감소하면, 외국인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탓이다. 조민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9.6%로 지난 11월 정기 변경 이후 10% 이하로 축소된 상황”이라며 “편출이 예상되는 종목들의 신흥국 지수 내 합산 비중은 0.1%를 상회한다. 종목 수 감소에 따라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추가 축소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단타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투자 기간이 짧다”며 “대내외 요건에 따라 정책이 일관성을 잃는 경우가 있어 외국인 자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재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이뤄져야 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