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는 그거 못해”…온누리상품권 할인에 ‘모바일 약자’는 울상

“늙은이는 그거 못해”…온누리상품권 할인에 ‘모바일 약자’는 울상

한 달간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늘었지만 지류상품권은 제외돼
일부 고령층, 디지털상품권 쓰기 어려워 동사무소 직원 데려오기도
정치권 “모바일 약자가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 필요해”

기사승인 2025-01-26 06:00:10
22일 영등포전통시장 한 상점에서 김 모(70세·여)씨가 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을 보여주고 있다. 이우중 기자

종이형(지류형) 온누리상품권이 설맞이 할인 행사에서 제외됐다. 디지털상품권에만 혜택이 집중되면서 모바일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설맞이 할인 행사 기간(1.10~2.10)동안 디지털(카드·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은 10%에서 15%로 늘어난다. 반면 지류상품권(5%)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류 상품권 △카드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등 총 세 가지 종류로 구성된다. 지류 상품권은 금융기관에서 직접 구매 가능하며, 카드상품권과 모바일상품권은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하다. 

특별 할인 행사뿐만이 아니다. 온누리상품권의 상시 할인율 역시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카드와 모바일 상품권은 상시 할인율이 10%인 반면 지류상품권은 5%에 그친다. 이러한 할인율 차등은 부정 유통 가능성이 높은 지류상품권의 사용을 줄이고, 소비자를 디지털 상품권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모바일 약자’에게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과 취약계층이 지류상품권을 많이 사용하지만 할인율은 여전히 5%에 불과하다”며 “전통시장 주 소비층이 할인 혜택에서 배제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영등포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표시가 걸려있다. 이우중 기자

“핸드폰으로 뭘 하라는데”…디지털 소외계층에겐 ‘높은 벽’

대표적인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층은 여전히 지류상품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찾은 영등포시장과 청량리청과물시장 곳곳에 온누리상품권 QR(큐알) 코드가 비치돼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노인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영등포 전통시장에서 영신슈퍼를 운영하는 김 모(70세·여)씨는 “(어르신들) 대부분 지류상품권 쓰시고 핸드폰(디지털상품권)으로 하는 건 어려워한다”며 “디지털상품권을 쓰려고 했는데 잘 안되자 동사무소 직원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지류상품권으로 참기름을 구매하던 이 모(90·여)씨는 “(디지털 상품권은)핸드폰으로 뭘 하라는데 늙은이는 그거 잘 못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세심한’ 교육과 카드수수료 지원으로 불평등 해소해야

온누리상품권 정책의 모바일 약자 차별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통해 “10% 할인하는 지류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모바일 약자를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지류상품권과 디지털상품권의 할인율 차이를 5%p에서 2%p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디지털로 전환 과정에서 ‘모바일 약자’와 전통시장 가맹점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모바일 약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앱 사용 방법에 대한 세심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전환이 모든 소비자에게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조사관은 “내년에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이 출시되는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가 카드수수료(0.5~1.5%)를 지원하면 가맹점주의 부담이 사라지고 (가맹점주가) 카드상품권 사용을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우중 기자
middle@kukinews.com
이우중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