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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적은 의사도 적정 교육만 받으면 높은 수준의 로봇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김선한 말레이시아 말라야대학 의학센터 외과 교수(前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봇 수술은 의사의 수술 역량 차이를 줄일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한 의사가 로봇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경험이 적더라도 트레이닝을 받으면 높은 수준의 수술이 가능한 의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수술은 절개 없이 작은 구멍을 내는 ‘최소 침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차세대 표준 수술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360도 회전하는 모션 기능을 이용해 손이 닿기 어려운 부분까지 정확한 절개가 가능하다. 흉터의 범위와 수술 중 손실되는 혈액량을 확연히 줄여 암 세포 주변의 신경과 장기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게 해준다.
수술적 절제가 유일한 완치법인 직장암 치료의 경우 암 조직 완전 절제와 함께 항문 기능을 살리는 것이 관건인데, 로봇 수술은 이를 완벽히 구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로봇 수술로 직장 주변의 신경을 지키면서 항문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배에 구멍을 뚫어 몸 밖으로 대변을 배출하는 인공장루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며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입원 일수를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의 성능은 거듭 발전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인튜이티브의 ‘다빈치 5’는 직접 수술 부위를 만지지 않아도 로봇 팔을 통해 환자의 피부 탄력을 감지하는 기술을 탑재했다. 수술 장면을 촬영해 디지털로 분석하고, 수술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짚어내는 기능도 갖췄다.
김 교수는 “최근 출시된 기기들은 의료진의 수술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학술적이고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면서 “미래에는 첨단 기술이 적용돼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을 구분하거나 판독이 어려웠던 영상 검사를 정확히 진행하는 등 새로운 통찰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로봇 수술의 기술력은 이미 시대를 앞서 나가고 있다”며 “어떤 기술을 어떻게 결합시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해 도입 우선 순위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을 큰 장벽 없이 환자에게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의료공백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이 좋은 환경을 충분히 접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나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로봇 수술의 발전을 위해 후학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동남아시아는 환자가 돈이 없어 로봇 수술을 선택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로봇 수술 경험이 있는 의사도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 수술이 발전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술기가 탄탄한 의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국립병원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지역 외과학회와 함께 재단을 설립해 로봇 수술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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