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2월 ‘공모주 슈퍼먼스’를 맞았다. 무려 13개 기업이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IPO도 녹록하지 않은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 증시 입성을 위한 일반 청약에 나서는 IPO 기업은 13곳에 이른다.
동방메디컬과 아이에스티이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양일간 나란히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두 기업은 지난해 IPO를 철회, 올해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한방 및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동방메디컬은 지난달 22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공모가를 희망범위(9000~1만500원) 상단인 1만500원으로 확정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아이에스티이는 지난 21일부터 5일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9700~1만1400원) 상단인 1만1400원으로 확정했다.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이어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업 오름테라퓨틱이 4~5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가액은 2만4000~3만원이다. 조영제 전문 기업 동국생명과학도 5~6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공모가는 희망범위(1만2600~1만4300원) 하단을 밑도는 9000원으로 결정됐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이외에도 오는 11~12일 모티브링크, 13~14일은 위너스·엘케이켐이 공모주 청약에 들어간다. 20~21일은 총 5개 기업(더즌, 한텍, 심플랫폼, 티엑스알로보틱스, 대진첨단소재)의 청약이 집중돼 있다. 24~25일은 엠디바이스가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최근 ‘6조 대어’ LG CNS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IPO 시장 전반에 탄력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다만 LG CNS의 흥행 분위기가 중소형 공모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3개 공모 청약이 동시 진행되는 만큼, 일정이 겹치는 경우도 다수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관심 및 선호도에 따라 청약 분위기도 편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기업가치 수준, 전방 산업의 성장성, 상장 직후 유통 물량 등을 적절히 고려해 청약에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모주 옥석가리기는 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나 연구원은 “1월 신규 상장까지 마무리한 기업 4개 중 3개 기업은 희망밴드 하단 및 하단 미만 수준으로 공모가를 확정 지었음에도 상장 직후 부진한 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아스테라시스는 희망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61.5% 상승(1월31일 종가 기준)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업 영역과 전방 산업의 성장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초부터 많은 기업이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가는 여전히 꽁꽁 언 공모주 시장을 녹이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IPO 대어로 기대를 모은 기업들도 흥행 참패를 우려해 상장을 미루고 있다. 시총 5조원대를 기대했던 케이뱅크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을 이유로 1월 초 상장을 철회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미국 증시로 방향을 틀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 기업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상장 가치가 있는 기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주 시장이 어려워진데다 상장 이후 주가도 부진하다 보니 기업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IPO 시장은 올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장 분위기나 규제 정책으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