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미국 제품명 라즈클루즈)가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타이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올해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유의미한 추가 임상 데이터가 발표되고, 수출 국가가 확대되는 등 수익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존슨앤존슨(J&J, 국내 법인명 한국얀센)은 이르면 오는 3월 ‘유럽 폐암 컨퍼런스’(ELCC 2025)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추가 임상 3상의 세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 결과는 단일 항암제(타그리소) 요법을 쓴 환자에 비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전체 생존기간이 연장됐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담고 있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마리포사’ 연구의 톱라인 결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은 타그리소 단일 요법군(38.6개월)보다 1년 이상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가 개선된 만큼 의사들의 병용요법 채택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표준 치료법보다 개선된 효과를 입증한 만큼 폐암 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며 “증권가에서는 렉라자의 글로벌 최대 매출이 30억 달러(한화 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병용요법의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렉라자의 성과도 늘어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J&J에 렉라자를 기술 이전하면서 해외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과 매년 해외 매출의 약 10~12%를 로열티로 지급받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유럽의 허가를 통해 9000만 달러(약 132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 성과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J&J 측에서 정확한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아 로열티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현지 임상 현장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J&J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미국 시장 매출 목표를 50억 달러(약 7조원)로 설정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일본과 중국 시장 진입으로 추가적인 라이선스 수익이 기대된다. J&J는 지난해 초 중국과 일본에도 병용요법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올해 2분기 안에 승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일본의 허가를 이끌어내면 유한양행은 각각 4500만 달러(약 660억원), 1500만 달러(약 220억원)의 마일스톤을 수령한다. 더불어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 허가 신청 결과도 올해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허가를 받으면 렉라자와의 병용요법에도 활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높아진다. SC 제형의 약물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보다 투약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어 관련 임상연구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관심이 크다.
렉라자의 단독요법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렉라자의 국내 단일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렉라자의 단독 처방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도 덩달아 늘어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예상 연간 매출액은 2조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4% 늘어난 988억원으로 추정된다.
유한양행은 올해 ‘제2의 렉라자’ 발굴에 주력할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상반기 중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인 ‘YH35324’의 기술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월 말쯤 YH35324의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번 결과에 따라 기술 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