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딥시크’ 사용 금지한 정부…미온적 태도에 민간기업이 선제 조치

뒤늦게 ‘딥시크’ 사용 금지한 정부…미온적 태도에 민간기업이 선제 조치

-한수원‧카카오‧LG유플러스 등 딥시크 사용 금지 공지
-행안부, 중앙부처 및 지자체 등에 ‘AI 사용 주의 안내문’
-딥시크 앱의 국내 주간 사용자 120만명 돌파

기사승인 2025-02-06 06:00:09

딥시크. 딥시크 홈페이지 캡처

정부의 딥시크 차단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에 국내기업과 공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사용 금지에 나서고 있다. 딥시크는 이용자 기기 정보와 IP, 키보드 입력 패턴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하는 등 보안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6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외부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에서 딥시크 접속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지난 3일 중앙부처 및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활용 시 보안 주의사항 안내’를 배포했다. 다만 사용 제한 등의 방침이 아닌 사실상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도 ‘챗GPT 활용방법 및 주의사항 안내서’를 배포했었다”며 “이번도 금지가 아닌 예방 차원의 조치인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딥시크 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행안부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종합적인 보안 판단은 국가정보원이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국에 있는 딥시크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 항목과 절차, 처리‧보관 방법을 확인하는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으며 답변 기한을 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저녁 딥시크 본사에 질의서를 보냈으며 딥시크도 준비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기다리는 중”이라며 “다만 개인정보위 차원에서 딥시크의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딥시크 차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딥시크가 불법적으로 행위를 했다는 근거가 없기에 대책을 마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전략적 제휴 체결을 발표하는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보안 우려에 정부보다 먼저 딥시크 차단 나선 기업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전케이피에스(KPS) 등 공공기관과 국내 대형 IT 기업인 카카오와 LG유플러스 등 국내기업은 정부보다 앞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정부가 차단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사이 정보 유출 사고에 민감한 민간기업과 공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서비스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한수원은 이미 ‘중국 AI 서비스 딥시크(DeepSeek) 사용 금지 알림’ 공문을 전사에 배포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만 공문을 보낸 것이 아닌 본사 차원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딥시크 금지령을 내렸다”며 “개인의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닌 회사 업무와 관련해 사용을 금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KPS는 한수원의 딥시크 금지 공문을 보고 일부 사업소만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KPS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모든 사업소에 딥시크 금지를 한 것은 아니며 고리3사업소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사업소도 확인해 봐야겠지만 고리3사업소의 경우 한수원의 딥시크 공문을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양사 모두 보안 우려로 인해 딥시크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에 이어 카카오도 최근 “딥시크의 사내 업무 목적 이용을 금지한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국내 대형 IT 기업 중 첫 번째 사례다. 지난 4일 카카오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딥시크 사용금지에 대한 정보보안 안내문을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사내망에서 딥시크를 업무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딥시크의 보안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직원 개인 PC를 통해 딥시크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권고했다. 또 딥시크 사용 시 중요하거나 민감한 정보는 주의를 당부했다. 삼성전자와 SK,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생성형 AI를 자체 개발해 활용 중이다. 사내 PC에서 허가되지 않은 외부 프로그램 사용이 금지된다.

전 세계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접속을 차단하거나 실태 파악 등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 해군을 시작으로 개인 정보사용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호주, 일본, 대만, 미국 텍사스 등이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앱 마켓에서 딥시크를 전면 차단했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딥시크 사용과 관련 해 각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딥시크 앱의 국내 주간 사용자 수가 120만명을 돌파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4일 발표한 지난달 4주차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생성형 AI 앱’ 통계를 따르면 챗GPT(493만명)에 이어 딥시크가 2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뤼튼 107만명, 에이닷 55만명, 퍼플레시티 36만명 순이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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