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한 달 새 15.2% 늘었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CR리츠 등을 도입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의 ‘2024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전월(6만5146가구) 대비 15.2%(2836호)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6월 7만4037가구를 기록한 뒤 7월(7만1822가구)부터 5개월 연속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미분양은 1만6997가구로 전월보다 17.3%(2503가구) 늘었고 지방은 5만3176가구로 5.0%(2524가구) 많아졌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같은 기간 2만1480가구로 전월(1만8644가구)보다 15.2%(2836가구) 늘었다. 이는 다 짓고 팔리지 않은 주택이 2만 가구를 넘어섰단 것을 뜻한다. 이는 2013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전국에서 2배가량 빈집이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4251가구, 지방은 1만7229가구로 집계됐다.
서울도 633가구의 빈집이 쌓였다. 12월 기준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0년 48가구, 2021년 12월 52가구에 불과했으나 2022년 340가구, 2023년 461가구로 증가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은 대구로 2674가구가 쌓여 있다. 이어 전남 2450가구, 경북 2237가구, 경기 2072가구 등이다.
미분양 적체는 건설 업계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 연초부터 미분양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문을 닫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지역 7위 신태양 건설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같은 해 12월 전북지역 4위 제일건설도 최종 부도 처리됐다. 또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과 103위이자 경남지역 2위 대저건설도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방안을 발표했으나 시장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우선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그러나 도입한 지 10개월이 넘었으나 단 한 건도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등록을 신청한 2곳은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시행사와 매입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부터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1세대 1주택 특례도 적용 중이다. 정부는 1월2일부터 기존 1주택자가 지방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시 1주택자로 간주하고 주택 건설 사업자는 임재 주택 활용 시 원시취득세(부동산 최초 취득 시 내는 세금)을 최대 50%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 정책만으로는 얼어붙은 수요를 녹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집값이 안 오를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정부가 집값을 올릴 수 없으니 혜택을 통해 거래를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CR리츠, 지방 1주택 세제 혜택 등은 언 발의 오줌누기”라며 “취득세부터 재산세, 양도세 등 종합적인 세제 혜택과 저금리 대출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당장 지방 미분양 해소는 쉽지 않다”며 “수요 촉진이 먼저고 그 후에 금융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현재 정부 정책으론 한계가 있고 공급 속도 조절이나 법인사업자들에게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수요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