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중증외상 수련센터’…예산 지원 끊겨 문 닫는다

국내 유일 ‘중증외상 수련센터’…예산 지원 끊겨 문 닫는다

국회서 예산 증액 심의 안 돼 지원금 중단
외상 전문의 수련 예정자 수련 포기

기사승인 2025-02-05 16:51:32 업데이트 2025-02-05 16:56:37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중증외상 전문의를 전문적으로 육성해온 국내 유일의 수련센터가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11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 구로병원은 이달 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2014년 국내 최초 보건복지부 지정 서울 외상 전문의 집중 육성사업 병원으로 선정돼 센터를 설립한 지 11년 만이다. 외상전담 진료 의사 중 수련센터 졸업생이 70%가량에 달할 정도로 수련센터는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의 산실로 꼽혀왔다. 매년 2명가량의 국가 장학 외상 전문의가 이곳에서 탄생해 지금껏 20여명이 배출됐다.

중증외상은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심각하게 다친 상태를 뜻한다. 이런 경우 환자에게 집중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바로 중증외상 전문의다. 수련센터는 외상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수련의들이 중환자 치료, 응급 수술 등에 참여하며 외상 세부 전문의가 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수련센터가 문을 닫게 된 것은 복지부가 매년 지원해온 예산 9억원이 올해 삭감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관련 예산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삭감됐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살아났는데, 국회가 증액 심의를 하지 않아 결국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사라졌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이뤄지던 중증외상 환자 진료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다음 달부터 이곳에서 외상 전문의 수련을 받으려던 전문의 2명은 정부 지원 중단 사실을 접하고 수련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 전문의 육성센터가 운영을 중단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전문인력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외상 분야는 업무 강도가 세고 고난도 수술을 해야 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대표적인 필수의료 진료과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줄일 예산이 따로 있지 외상 전문의를 키우는 과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정부 방침이라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른 병원에서라도 (중증외상 전문의를) 키워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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