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잠룡, 이재명 ‘우클릭’에 “민주당 가치 분명히 해야”

비명계 잠룡, 이재명 ‘우클릭’에 “민주당 가치 분명히 해야”

김동연·김경수 등 “보수 정권과 달리 ‘따뜻한 성장’ 우선해야”
‘외연 확장’ 위해 실용주의 택한 만큼 당내 통합·포용 지적도
비명계 “대선 승리 위해 연대와 통합 필요…李 노력해주길”

기사승인 2025-02-10 11:05:0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28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민주당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친문·비명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민주당의 정체성과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근 기본소득 정책 보류, 민생 회복지원금 주장 철회, 반도체특별법 우선 처리 등 실용주의를 강조한 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대권 주자들은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에 경계를 표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7일 ‘주30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성남시 판교창업촌의 한 AI 스타트업 기업을 방문해 “생산요소는 노동, 자본, 땅을 말하는데 이제 노동에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과거엔 노동집약적으로 근로시간을 길게 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며 “경기도는 주 4.5일제와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일과 삶의 양립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최근 이 대표가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분야 인력에 한한 주 52시간 근로 규정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 적용에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김 지사는 앞서 이 대표의 ‘우클릭’에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같은 날 “정책에 대해 우클릭이다, 좌클릭이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은 ‘따뜻한 성장’을 우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그동안 보수 정부는 소수나 대기업 위주의 성장으로 국민 대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차가운 성장’을 지향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성장’으로 가는 길이 민주당의 가치도 실현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의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해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만큼, 당내 통합과 연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김 전 지사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통 큰 연대와 통합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도 이 방향에는 동의하고 있다. 우리 당 의원들, 당원들, 지지자들까지 폭넓게 동의를 구해 나가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앞서 나가고 있지만 거기 안주하면 안 된다. 더 많은 국민 지지, 마음을 얻을 일을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이 대표를 향해 “지난 대선 때도 빨간불이 깜빡이는데 앞만 보고 갔다. 당내 역량을 통합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밀어내기 바빴다”며 “이번엔 말로만 하지 말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민주당의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저지와 탄핵을 위해 함께 맘을 모았던 모든 역량을 오롯이 모아내야 국민과 함께하는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전 의원도 “지금 민주당엔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가 없다. 그럴수록 확장해야 한다. (설 연휴 때 찾아온) 이 대표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고, 이 대표도 나와 생각이 같다”며 “2017년 경선 때 비판과 경쟁으로 민주당의 확장을 책임졌던 이재명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재명에겐 2017년의 이재명이 없다. 이 대표는 왜 이런 전략적 구멍이 생겼는지 반추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 대표가 실용주의 노선을 취한 것은 통합과 포용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대외적인 경제 문제, 대내외적인 지금 침체의 문제를 극복하고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지금 실용주의 정책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당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정책도 비명계의 목소리도 수용하면서 더 큰 성장을 위해 우리가 큰 파이를 키우는 정책으로 나가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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