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이재명, 중도 공략 강화에도 지지율은 ‘박스권’

‘우클릭’ 이재명, 중도 공략 강화에도 지지율은 ‘박스권’

이재명, 신년기자회견 이후 ‘실용주의’ 노선 강조
‘탈이념·탈진영’ 전략 전후로 지지율 흐름은 ‘비슷’
당내선 “우클릭 전략으로 ‘중도’ 유입, ‘진보’ 이탈하면 똑같아” 우려
“실제 민생 문제 해결 위한 논의…결과 좀 더 지켜봐야” 의견도

기사승인 2025-02-11 06:00: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제시하며 성장과 회복을 강조했다. 이는 성장론을 거듭 강조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민주당의 ‘집토끼’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회복과 성장,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다. 그는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 비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흑묘백묘론’을 언급한 이후 연일 실용주의 정책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보수 진영의 의제로 꼽히는 민간 주도·정부 지원, 주식시장 선진화·활성화 등을 언급하는가 하면, 성장을 위해 기본사회 공약까지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고, 민생을 살리는 데 색깔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탈이념·탈진영’ 전략은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근무 특례 조항’ 검토 등 ‘우클릭’ 정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민주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난 이후 본격화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이 대표가 반사 이익을 크게 얻지 못하자 ‘실용주의’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가 속도를 내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꼽힌다. 합리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민생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해 중도층 외연 확장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우클릭’ 전략이 지지율 상승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용주의 기조가 중도층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전통적 진보 가치를 약화시켜 진보층의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른바 ‘우클릭’ 전략은 진보 지지층이 절대 민주당을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정책 노선이 이어질 경우 진보 지지층의 이탈은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중도층이 유입되고, 전통적 지지층이 떠나면 결국 하나 마나다. 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게 노선을 잘 타는 게 중요하다”고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 대표의 최근 정책 노선에 대해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민주당)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정책 기조 변화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6~7일(2월 1주차)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2.8%, 민주당은 40.8%로 집계됐다. (응답률 8.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동일 조사 기관의 이 대표가 ‘흑묘백묘론’을 꺼내기 직전인 1월 3주차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46.5%, 더불어민주당 39.0%였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은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지 가치를 저버리는 것은 아니”라며 “(지금까지의 논의들은) 실제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당의 정책 과정을 지켜봐 온 당원들은 이를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몇 차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중도층이 곧바로 민주당을 합리적인 정당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용주의 정책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신뢰를 얻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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