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거래소 경쟁, 투자자에게 긍정적…안착 같이 노력해 나갈 것”

정은보 “거래소 경쟁, 투자자에게 긍정적…안착 같이 노력해 나갈 것”

“가상자산 ETF, 정책당국·전문가들과 협의 필요해”
“시장관리체계 개선·공매도 신뢰 제고 주력”

기사승인 2025-02-11 17:58:17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년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창희 기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복수 거래소 체제 도입이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거래소 입장에서 수익 모델 축소가 우려되는 만큼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한 밸류업 정책 강화 계획도 이날 공개했다. 

정 이사장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달 출범 예정인 복수시장 체제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정 이사장은 “자본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됨으로써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경쟁을 통해 위탁매매중개 관련 부분들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효율 편의성 등이 제공될 것으로 본다. 그 점에서 대체거래소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노력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체거래소의 등장에 한국거래소의 수익 모델에는 일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이사장은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위탁매매중개와 관련된 시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며 “이 경우 한국거래소의 수익 모델과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 때문에 보완 대책으로 미래 사업본부도 만들고, 중개 수수료 위주의 수익 모델에서 좀 더 다양한 모델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특히 이같은 경쟁 환경에 대해 우리도 좀 더 효율적으로 시장을 운영하고, 투자자를 더 보호하기 위한 제도 보완 등도 고민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ETF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해당 시장의 ‘갈라파고스화’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올해 증시 개장식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ETF 등 신규사업에 대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주요 자본시장에서는 최근 현물에 대한 가상자산 ETF까지도 거래하는 공식 거래소 시장이 있다”며 “우리 시장도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수용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도 정책당국과 적극 협의해서 (도입이) 너무 늦춰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투자자 보호라는 균형된 시각에서 가상자산 ETF에 대한 공식 거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와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정책당국 및 여러 시장 전문가와 협의하면서 구체적인 일정 등을 점진적으로 결정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밸류업 세제 혜택에 대해서는 추가 인센티브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정부가 제안한 세제 혜택들에 대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지원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세제 혜택도 제안하면서 기업들의 밸류업 노력에 대한 보상, 밸류업 공시 유인책 등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년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이창희 기자

‘코리아 프리미엄’ 위한 거래소 핵심전략…“밸류업·성장동력·투자자 신뢰 제고”

정 이사장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도 공개했다.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도 국내 증시가 주요국 대비 극도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냄에 따라 이를 탈피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한 셈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해외 주요 증시는 미국 금리 인하와 인공지능(AI) 혁신 등에 상당수 상승하는 모습이었다”며 “반면 국내 증시는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등으로 주요국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해외 증시 대비 비교적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발 관세 충격과 경기 하방 위협 등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며 “거래소도 여러 새로운 과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자본시장 환경 아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전략과 과제를 수립하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우수기업 선정 및 표창, 기업 간담회·컨설팅 확대, 밸류업 펀드 투입 증대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매년 5월 밸류업 우수기업을 선정해 지정감사 유예 가점과 밸류업지수 우선 편입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총 5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투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밸류업 세제혜택 법안 개정은 정부와 협력을 통해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 등 글로벌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해외마케팅도 확대한다. 올 상반기 중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해외사무소를 구성해 현지 마케팅 등 해외 기관투자자 홍보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통상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시장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를 입어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하반기 중 지수사용권을 개방해 한국물 지수 파생상품의 해외상장도 허용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집중한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사례를 감안해 독자 지수브랜드와 고객 맞춤형 대량생산, 리서치 기능 확대 등 인덱스 사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 시장운영과 상장공시, 시장감시, 청산결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등 IT 인프라 전문성 제고도 나선다. 밸류업 연계지수와 파생·테마형 지수, 채권·리츠 등 인컴형 지수, 해외 파트너십 지수 등 혁신 지수 라인업도 늘려 상장지수상품(ETP) 해외시장 상장 등도 꾀할 예정이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의 신뢰 제고도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 특히 상장사 가운데 부실·한계기업 퇴출을 강화해 시장관리체계를 개선한다. 시가총액과 매출액 퇴출 및 감사의견 요건 등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심의단계와 최대 개선기간을 축소해 폐지 절차도 효율화한다. 취임 당시 건전한 자본시장과 밸류업을 위해 부실기업 퇴출을 강조한 정 이사장의 포부가 구체화된 셈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달 발표한 상장폐지 기업공개(IPO) 개선안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과제다”면서 “세부 개선 계획에 대해서는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아울러 시장관리체계에 대한 개선과 공매도에 대한 신뢰 제고도 이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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