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 국민이 정치 의사를 결정할 때 유튜브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기성매체가 영향력을 상실한 탓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다만 이용자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제공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어렵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전문가는 우려했다.
29.2% “정치 의사 결정 시 유튜브 참고”
쿠키뉴스는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 도움을 받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조사했다. ‘정치적 의견을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수단’ 문항에 29.2%가 ‘유튜브 등 SNS’라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3명은 TV를 켜고, 신문을 펼치기보다, 유튜브로 생산된 뉴스나 정보에 더 귀 기울인다는 의미다. 신뢰도도 높았다. 응답자 53.7%가 ‘시청 중인 유튜브를 신뢰 한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매우 신뢰 한다’ 13.3%, ‘다소 신뢰 한다’가 40.4%로 집계됐다.
유튜브, 시민 정치 참여 높여
대중은 왜 기성매체보다 유튜브에 의존할까. 정치 유튜브가 지닌 정파성은 오히려 이용자에게 정보 추구·네트워크 추구·재미 추구 등 시청 동기를 증대시키고, 기존 언론보다 강하게 시청공동체를 결집해 정치 효능감·관심도·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장석준 중앙대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정치 유튜브 방송 이용이 정치 대화, 정치 효능감, 정치 참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시민들의 능동성이 강조되는 정치 유튜브 방송 이용의 특성이 정치 사회화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들 행위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 필터 버블 심화…확증편향 불러”
유튜브는 이용자 시청 또는 검색기록을 분석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만한 영상을 추천한다. 이처럼 성향에 맞게 걸러진 정보만을 접하는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하는데,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이러한 ‘필터 버블’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확증편향을 부를 수 있다.
확증편향이란 가설 진위를 가리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무의식적 사고 성향을 가리킨다.
김성완 정치평론가는 “TV 대신에 즐겨보는 유튜브로 정치 의사를 결정하는 건 그만큼 유튜브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 스스로가 일단 ‘신뢰 한다’고 생각하는 채널에서 정보를 받아들일 때 가짜뉴스도 믿게 되고, 거기에서 확증편향이 생기고, 극단적인 폭동으로 발전하다고 봐야한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19일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보수 강성 지지층으로 보이는 세력들이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서울 서초구 서부지법을 습격해 폭력을 휘두른 바 있다. 당시 시위대를 선동한 극우 유튜버가 피의자로 입건된 바 있다.
김 평론가는 이어 “다양한 매체를 경험하며 편향되지 않은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선희 대전대 교수도 그의 논문에서 “언론이라면 지켜야 할 가치들 공정성, 객관성, 진실성, 신뢰성 등이 정치 유튜브 콘텐츠에서 지켜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대두 된다”며 “전문적인 취재 절차의 부재, 이로 인한 사실 확인 과정의 축소 등의 허술한 제작 방식은 허위사실이 유포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편향된 정파성에 기초한 의견전달로 인해 공론장을 왜곡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6.5%), 무선 ARS(93.5%)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9.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5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