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2036 전주올림픽’ 주사위는 던져졌다

[편집자시선]‘2036 전주올림픽’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울시와 한판 승부’…대한체육회 28일 국내 후보도시 결정
‘뜬금없는 승부수’ 도민에게 ‘희망’으로 다가올지 두고 볼일

기사승인 2025-02-17 10:14:29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행사가 신년 벽두부터 전북특별자치도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성공기원 다짐대회’를 개최했고, 전북 체육인을 비롯한 시·군체육회와 종목단체들은 각종 대회장과 행사장에서 올림픽 유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고, 도심 곳곳에는 올림픽 유치 기원 현수막이 내걸렸다.

정강선 전북체육회 회장은 “대한체육회와 각 종목단체 회장들에게서 긍정적 시그널이 들어오고 있다”며 “올림픽 후보지 실사단 역시 전북을 방문하며 큰 가능성을 봤고, 실사단 평가 점수에서 당초 큰 차이가 벌어졌을거라 예상된 서울과 비등하게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가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8일 대의원총회에서 올림픽 종목단체 대의원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최종 결정한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의원은 올림픽 38개 종목단체 회장과 수석부회장 등 모두 76명으로 국내 후보도시 선정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전북자치도는 ‘국가균형발전의 첫 걸음’이란 명목 아래 ‘비수도권 연대’를 내세우며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슬로건은 ‘모두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조화’로 정했고, 핵심 개념으로 3S(스마트 디지털·지속가능성·사회적 화합)와 4Ware(하드웨어·소프트웨어·스마트웨어·휴먼웨어)를 제시했다.

하계 올림픽 개최는 매머드 국제 체육행사를 통해 도시 성장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지역 경제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요소로 작용되며 올림픽 개최 이후 스포츠 도시라는 브랜드 설정도 가능해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주도할 수 있다. 국제스포츠대회는 지역 인지도 제고와 소비 증대, 지역사회 결속력 강화 등의 효과도 가져다준다.

단기적으로는 관광객 유입, 건설 투자 등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역 이미지 제고,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스포츠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올림픽이 하나의 관광상품이 돼 도시발전정책과 산업정책 등을 연계, 도시관광사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되고 사회적 통합에도 크게 기여한다. 전북연구원은 전북자치도가 올림픽을 유치했을 경우 전국적으로 약 40조원의 생산 유발효과, 전북에는 28조원 정도의 생산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가져오는 역기능과 리스크도 크다.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열고나서 ‘후유증'이라니 조금은 어리둥절하지만 올림픽 개최국들은 대부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큰 행사를 치러내고 난 뒤 적자를 수습하느라 힘겨운 시기를 보낸다.

경기장과 선수촌을 짓고, 도로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하며 수많은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썼는데, 고용과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반짝 상승했던 경기가 축제가 끝나면 빠져나간 사람들 뒤로 텅 빈 경기장만 남아 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열린 파리올림픽도 ‘흑자 올림픽'을 위해 새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의 숙소와 셔틀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는 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올림픽 870만장, 패럴림픽 100만장 등 총 970만장의 입장권이 팔려 역대 최다 판매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추산한 파리올림픽 개최 비용은 82억달러(약 11조원). 바로 직전 2020년 도쿄올림픽의 추산 개최 비용이 200억달러(약 27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반값 올림픽, 가성비 올림픽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파리올림픽은 개최 비용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개회식과 경기가 치러진 센 강의 수질개선에 약 2조원을 들였다고 하고, 파리 북동부 외곽에 위치한 센 생드니 지구 개발 사업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센 생드니 지구는 가난한 북아프리카, 아랍계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으나 올림픽 주경기장과 선수촌이 있었고, 지하철-철도 노선 확대, 역사 신축 등 지역 재정비 사업에 6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올림픽 후유증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올림픽은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이다. 그리스는 고대 올림픽이 시작된 곳이자 1896년 최초의 근대 올림픽을 개최한 곳으로 올림픽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컸다. 그리스는 108년 만에 2004년 올림픽을 다시 열며 큰 기대를 갖게 했으나 올림픽을 앞두고 고질적인 부정부패 문제가 발생했고, 아테네에 세운 경기장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2008년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다.

올림픽 개최가 국가적 경사 분위기였지만 보스턴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에서 미국 올림픽 개최 후보로 선정되고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개최를 포기했다. 시민들은 세금으로 교육, 의료, 주택 등 복지사업에 힘을 쏟아야 하는 데 올림픽이 시민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고 결국 보스턴은 올림픽 유치신청을 포기했다.

남북한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감동과 북한 응원단의 이색적인 응원 등 전 세계에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화려한 첨단 기술을 선보인 개·폐회식장은 모두 철거된 채 성화대와 국기봉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2조원을 들여 평창 슬라이딩 센터 등 5개 신설 경기장은 가동을 멈춘 상태로 올림픽 후광도 모두 사라졌다.

물론 ’흑자 올림픽‘도 없지는 않았다. 동․하계 올림픽을 합쳐 50회가 넘는 올림픽이 열렸지만, 공식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올림픽은 단 한 번 1984년 미국 LA 올림픽이 유일하다. LA가 흑자 올림픽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위원회에 재계 인사들이 많이 참여해 비용 최소화- 수익 극대화 전략을 펼쳤고, 이전 올림픽들의 실패로 위기를 느낀 IOC의 요구 사항이 적었다는 것이 주효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북자치도는 올림픽에 투입되는 총사업비로 약 9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24 파리올림픽(12조원)과 2018 평창올림픽(14조원)보다 적은 규모다. 광주와 충남, 충북, 대구 등 연대한 지방도시의 우수 체육시설도 활용해 ‘저비용·고효율, 비수도권 연대’ 올림픽을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돼 국제 경쟁에 들어가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넘어 올림픽 국내 후보도시 선정이란 새 기록을 써 내려갈지, 탈락으로 다시 한 번 좌절을 맛볼지, 대한체육회가 전북자치도-서울 공동개최라는 새 카드를 내놓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하계 올림픽 개최가 영광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림픽 도시’라는 자부심보다는 ‘적자의 고통’이 더 심할 수 있다. 오죽하면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가, 결정까지 10여일, 전북자치도 김관영 도지사가 희망과 도전을 앞세워 뜬금없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지만 과연 도민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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