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생계 이어나가”…‘서울역 쪽방상담소’ 7년 간의 여정

“덕분에 생계 이어나가”…‘서울역 쪽방상담소’ 7년 간의 여정

기사승인 2025-02-18 16:11:28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열린 ‘서울역쪽방상담소 7주년 개소 기념식’에서 한 주민이 수기 발표를 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이웃과 대화도 못 하고 방에 매일 혼자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이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남이 아픈 걸 보면 저도 아파지는 것 같습니다. 그저 저희 식구들을 위해 한 일이에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최원석(67·남)씨는 시각장애 4급이다. 쪽방에 혼자 있는 심정을 알기에, 불편한 몸으로 주민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온다. 그가 ‘서울역쪽방상담소’로 이끈 주민만 해도 10여명이 넘는다.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이용법을 알려주고, 더 많은 쪽방 주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앞장선다. 쪽방촌 이웃을 ‘식구’라고 표현한 그는 이웃을 돕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웃어보였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서 ‘서울역쪽방상담소 7주년 개소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유호연 서울역쪽방상담소장 등 관계자, 쪽방촌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식은 구청장과 소장의 축사로 시작해 주민들의 수기 발표까지 이어졌다.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복지전문기관이다. 동자동 쪽방 주민의 생활 안정을 돕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각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동행스토어 ‘온기창고’다. 지난 2023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등 쪽방촌 주민을 위한 공공사업들도 운영 중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주민들의 수기 발표가 진행됐다. 이들은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지원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누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동자동 쪽방촌에 온 지 10여년이 된 장여정(50·여)씨는 올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인 진형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장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힘든 시절을 보냈다”며 “상담소에서 여러 지원을 해 주신 덕분에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소에서 자활근로자로 근무하는 고병기(72·남)씨는 “쪽방촌에 거주한 지 35년 이상이 됐다. 65세 이상이면 기초수급권자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수급 신청을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고씨는 “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불편 없이 살 수 있게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기업과 자원봉사자들 표창장 수여식도 이날 개소식과 함께 진행됐다. 수상자는 우수 후원 표창(매일유업)·우수 봉사 표창(온누리교회 영어예배팀)·우수 직원 표창(보건의료팀장 김석)· 주민협력상(최원석)·주민봉사상(온기창고어벤져스)다.

매일유업은 유제품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온기 창고를 개소한 지난 2023년 8월부터 현재까지 멸균우유를 후원하고 있다. 월 1회 신선한 멸균우유 2만5920개를 후원해 쪽방 주민들의 건강 향상에 기여했다. 온누리교회 영어예배팀은 매월 도배봉사, 청소, 생일행사 등을 통해 쪽방촌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유호연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은 “7년 전 상담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누구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꿨지만, 현실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상담소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삶의 무게 지친 분들 기대 쉴 수 있고 한 걸음 나가는 용기 얻는 시작을 함께하는 공간이다. 앞으로도 주민들과 손을 맞잡고 한 걸음 내디딜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동행식당, 온기창고, 구강플러스센터와 같은 사업들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복지정책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구도 서울역쪽방상담소와 함께 주민 복지 향상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예솔 기자, 양다경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양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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