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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하늘(8)양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 너무 일찍 생을 마감했다. 아이들의 일상과 미래를 위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더 큰 문제는 대전시 학교 내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갈수록 흉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통은 거부한 채 기계적인 사과를 일관하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문제를 키웠다며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 관련 학부모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하늘이를 추모하는 전국 학부모회’는 김양 피살 사건에 대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신호탄”이라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양은 같은 학교 교사에게 피살됐다. 김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교사는 우울증으로 6개월의 질병휴가를 신청해 놓고 20여일 만에 복직했다. 사고 5일 전 컴퓨터를 파손하고, 사고 나흘 전 동료 교사를 폭행했다.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은 여러 번이었다. 학교 측은 대전시교육청에 해당 교사의 문제 행동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고 불과 몇 시간 전 교육청에서 장학사 두 명이 학교를 방문해 분리 조치를 권고했지만, 즉각 이행되지 않았다.
대전시교육청 측은 여론이 악화되자,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시점 뒤늦은 사과에 나섰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김양 피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 앞으로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전교육청은 경찰청, 교육부와 협력해 사고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교육부, 시도교육청, 유관기관, 단체 등과 함께 대책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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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설 교육감의 기계적인 사과와 답변은 불신만 더 키운 분위기다. 설 교육감은 “책임이 누구한테 있느냐”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의 상담 신청 건수가 어느정도냐” 등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점검하겠다”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조사하지 않았다” “앞서 브리핑을 했다” 등 다소 무책임해 보이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학부모‧시민단체 “교육감 처벌하지 않는다면 사퇴 요구 계속할 것”
설 교육감의 ‘모르쇠’ 태도가 대전시교육청에 대한 불신을 키워 왔다는 게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의 일반적 시선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대전 스쿨미투 등 교사 성비위 문제 발생 당시 청사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과 사회복무요원을 동원해 인간 바리케이드까지 쳤다. 최근 5년간 대전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폭력 사건의 수는 125건이다. 이 중 36건 이상은 학생이 성범죄로 피해를 본 사건이다.
설 교육감을 향한 학부모들의 사퇴 요구와 분노 또한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장은 “대전교육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기 커녕 출입을 막거나 면담 요청을 묵살하는 등 무시와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다”며 “국회에서 사과 요구를 받아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핑계만 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청에서 돌봄 교사 업무 일지 작성을 늘리고 새싹지킴이 등 안전 도우미나 자원봉사자를 배치하는 대책을 내놨다”며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에 의해 발생한 사고인데, 엉뚱하고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빠져나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무력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강 회장은 “학교가 개학한 뒤에도 아이들은 무서워서 등교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부모들도 체험 학습을 신청하거나 휴직 신청을 하는 일이 늘어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특히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교육감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기자회견 및 성명서 등 사퇴 요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