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군붕괴증후군, 살충제·응애 등 원인 클 것 추정
꿀벌, 농약 노출에 만성 중독…피프로닐 등 평가 필요
독성 살충제 법규 미흡…과수·양봉농가 적극 소통해야
기사승인 2025-02-28 06:00:07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가 27일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강당에서 열린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농약이 꿀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김건주 기자
봉군붕괴증후군(CCD)을 막기 위해 응애 방제 농약인 ‘살비제’ 처리를 표준화하고 ‘침투이행성’ 살충제의 벌꿀내 최대잔류허용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침투이행성은 약제가 작물체내에서 침투해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성질을 말한다.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활학부 교수는 27일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강당에서 한국꿀벌생태환경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국내에서 CCD의 공식적인 요인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살충제·응애 등이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며 이 같이 말했다. CCD는 벌집에서 일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지난 2022년 국내 양봉 농가에서 월동 꿀벌 약 78억마리가 실종되며 CC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교수는 “꿀벌은 농경지에서의 사용하는 농약에 노출돼 급성·만성 중독에 걸릴 수 있다”며 “농약에 중독될 경우 공격성이 증가하고 밀원식물 채밀활동이 감소하거나 과도흥분·마비·방향감각상실·비정상적인 춤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성독성을 일으키는 ‘피프로닐(Fipronil)’ 성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피프로닐은 꿀벌에 대한 독성이 우려되는 살충제로, 작물을 통한 노출 우려가 있다는 평가다. 예로 꿀벌이 꽃에서 화분을 채집할 때 침투이생성 약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나 피프로닐 성분에 장기간 노출되면 벌의 면역이나 발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방향감각상실 등 행동에 교란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벼육묘장에 처리하는 피프로닐의 경우 만성독성 평가가 필요하다”며 “살충제의 아치사량이 꿀벌에 미치는 만성독성의 포괄적인 평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침투이행성 약제로 잘 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경우 2014년부터 신규 및 변경등록 제한, 개화기 사용금지 등 꿀벌 안전 관련 경고문구 강화 조치가 시행돼 꿀벌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살충제로 인한 만성독성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목록 발굴, 영향 규명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꿀벌 급성중독 증상 사례를 표준화하고 개화기 작물 처리 금지 살충제 목록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벌통 잔류 농약과 침투이행성 살충제의 꿀벌에 대한 만성적 영향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벌꿀내 최대잔류허용량 기준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화기 작물 처리 금지 살충제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꿀벌 및 기타 화분매개곤충 보호를 위해 개화기의 작물에 처리가 금지되는 고독성·보통 독성 살충제에 관한 법규가 아직 없다”며 “과수농가와 양봉농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