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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먹거리로 떠오른 위탁생산(CMO) 사업에 제약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제약사들이 저조한 경제 성장과 내수 부진 속에서 상대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CMO 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영진약품은 최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공장 항생주사제동 증축 시설에 대한 준공 승인을 받았다. 이번 증축으로 남양공장의 항생주사제 생산능력은 기존 800만 바이알에서 2000만 바이알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영진약품은 지난 2022년 항생원료 및 완제품 수출에 집중하기 위해 남양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공사비로 약 200억원을 투입했다.
그동안 영진약품은 일본, 중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항생제 CMO에 주력해왔다. 일본 제약사 사와이(Sawai)와 2011년에 500억원, 2017년 1815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파로스포린(세파)계 항생제 완제의약품 공급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지난해 9월엔 중국 원료의약품 회사 중산벨링과 세파계 3세대 항생제인 세프카펜 세립 완제의약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세프카펜 세립에 대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허가가 완료되면 향후 10년간 1000억원 규모의 완제의약품을 공급하게 된다. 허가 시점은 오는 2026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영진약품은 경영 효율화와 CMO 사업에 힘을 쏟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부진을 씻어내고 3년 만에 흑자전환도 이뤄냈다. 영진약품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바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영진약품은 지난해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7.3%, 180% 오른 2520억원, 8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유유제약도 CMO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유제약은 지난해 4월 10개 제약사와 알레르기 질환 등에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 ‘펙소지엔정’(성분명 펙소페나딘염산염)의 신규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일반의약품 펙소지엔정과 동일한 성분의 전문의약품인 ‘펙소원정60㎎’에 대한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했다. 같은 성분의 일반약과 전문약으로 CMO를 병행해 수탁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일제약 역시 글로벌 CMO 사업을 넓혀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일제약은 약 1500억원을 투입해 베트남 호치민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SHTP) 공단에 안과용 점안제 공장인 ‘S1 플랜트’를 구축했다. 공장은 지난해 말 베트남 GMP 인증을 받아 대만 제약사 포모사(Formosa)와 안과용 의약품 ‘APP 13007’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과 미팅을 이어가면서 CMO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 제약사인 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바이오는 미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경기 화성 향남에 바이오공장을 준공하고 올해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있다. 또 500억원을 투입해 세파 항생제 전용 신공장을 오는 5월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항생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세파 항생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휴온스의 경우 점안제 CMO 사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점안제 CMO 매출은 544억원으로 전년 동기(498억원) 대비 9.2% 늘었다. 휴온스는 충북 제천에 제2공장을 증설하고 2023년 12월부터 일회용 점안제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다회용 점안제 라인도 가동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CMO 사업이 제약사들의 안정적인 새 먹거리가 되고 있다”며 “CMO 확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대형사들이 CMO 시장을 점유한 상황에서 중견사들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 대외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CMO 사업은 중견 제약사들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면서 “대기업들이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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