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LG배 파행’ 사태 이후 한국기원 바둑룰과 심판 개입에 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바둑리그에서 ‘오심’이 발생, 한국기원은 해당 심판을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27일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1경기 영림프라임창호-마한의 심장 영암 경기 4국(강승민-안성준)에서 심판의 오심이 발생했다. 이날 경기에서 영림프라임창호 강승민 9단은 사석(따낸 돌)을 들어내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으나 심판은 이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영암 한해원 감독이 당시 상황에 대해 심판에게 어필을 했다”면서 “아무래도 바둑리그가 ‘10초 바둑’으로 진행되다보니, 심판이 현장에서 개입할 시기를 보다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승민 9단이 범한 반칙은 한국기원 경기규정 제4장 벌칙, 제18조 경고에 해당하는 네 번째 조항이다. 해당 내용에는 ‘착점 후 계시기를 누르고 사석을 들어낸 경우, 심판은 반칙행위자의 돌 2개를 상대 선수 사석통에 추가하고 기록지에 기록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와 관련해 심판 조치가 없었다. 아울러, 제4장 벌칙 제17조 주의에 해당하는 ‘착점한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계시기를 누르는 경우’에 대한 처분도 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심판은 LG배 결승3국 당시 커제 9단의 ‘기권패’를 선언했던 손근기 심판이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손근기 심판이 “명백한 상황이라 개입을 했어야 하는데 못한 건 오심”이라고 인정하고 영암 팀에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근기 심판은 한국기원에 심판위원회가 결정하는대로 따르겠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기원 ‘상임 심판 제도’는 지난 2023년 4월 시행돼 곧 2년을 맞는다. LG배 당시 심판을 맡았던 유재성(2국), 손근기(3국) 심판은 모두 ‘상임 심판’으로, 한국기원은 상임 심판이 공식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심판을 채용했다는 입장이다.
심판위원회에서는 손근기 심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김성래 심판위원장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심판위원회에 징계 규정이 있다”면서 “손근기 심판이 오심을 인정하고 경위서를 제출한 만큼 규정대로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둑TV가 생중계한 이날 경기는 종료 후 유튜브 채널에 이례적으로 ‘항의 댓글’이 폭주했다. 이에 영림프라임창호 박정상 감독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당시 저희 팀은 심판이 강승민 선수의 실수를 판정했다면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조치 없이 진행된 부분에 대해 저희 팀 또한 마음이 무겁고, 영암 팀에 미안한 마음이다. 저희 팀 경기에 논란이 생기게 돼 바둑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