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적고 내장지방 많으면 ‘폐활량’도 감소…“최대 4배 차이”

근육 적고 내장지방 많으면 ‘폐활량’도 감소…“최대 4배 차이”

기사승인 2025-03-10 13:41:09
정영주·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최근 성인 1만5000여명의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CT)과 폐활량 수치를 분석한 결과, 골격근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을수록 폐활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체내에서 차지하는 근육과 내장지방의 양이 폐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폐기능 저하율이 최대 4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정영주·김홍규 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성인 1만5827명(남성 9237명·여성 6590명)의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과 폐활량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복부 CT 영상을 활용해 지방이 적은 건강한 근육의 양과 내장지방 면적을 산출하고, 연령과 체질량지수를 보정해 가장 적은 최하위 그룹(최저 25%)부터 가장 많은 최상위 그룹(최고 25%)까지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이를 바탕으로 골격근량 및 내장지방이 노력성 폐활량(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뒤 힘껏 내뱉은 공기량, FVC)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폐활량 측정 시 처음 1초 동안 배출된 공기량, FEV1)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근육량이 적고 내장지방이 많은 ‘근감소성 비만’에 해당할 경우 폐 기능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근감소성 비만 그룹의 폐기능 저하율은 19.1%였는데, 근육량이 많고 내장지방이 적은 그룹(4.4%)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여성 역시 각각 9.7%, 3.1%를 기록해 근감소성 비만 그룹의 폐기능 저하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능 저하율은 한국인의 표준화된 폐활량 수치와 비교한 백분율이 80% 미만인 상태를 뜻한다.

반면 근육량 상위 25%, 내장지방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들의 폐활량은 전체 그룹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관계 없이 근육량이 가장 적고, 내장지방이 가장 많은 그룹보다 3~5%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건강한 근육이 많은 최상위 남성 그룹의 노력성 폐활량은 정상 예측치 백분율이 92.4%로 최하위 그룹(88.7%)보다 3.7%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초간 노력성 호기량 역시 각각 93.7%, 90.6%로 나타나 최상위 그룹이 최하위 그룹보다 3.1% 더 높은 폐활량을 보였다. 여성에서도 최상위 그룹의 노력성 폐활량은 95.6%, 최하위 그룹은 91.9%로 확인됐다. 1초간 노력성 호기량도 각각 95.7%, 92.8%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건강한 근육이 많으면 횡격막, 늑간근 등 호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흉곽도 충분히 확장돼 폐활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내장지방이 가장 많은 남성 그룹의 노력성 폐활량은 88.1%로 가장 적은 그룹(93.1%)보다 5% 낮았다. 여성의 경우에도 내장지방 최상위 그룹과 최하위 그룹은 3.4%의 폐활량 차이를 보였다. 이는 내장지방의 침착으로 인해 흉곽의 용적이 감소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 폐 기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골격근량과 내장지방이 폐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CT 영상을 통해 분석한 대규모 연구로, 폐 건강을 지키려면 금연 뿐 아니라 근육과 내장지방 등 체성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 교수는 “폐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내장지방을 줄이면서 지방이 적은 건강한 근육을 늘려야 한다”면서 “개인의 신체구성에 맞는 적절한 운동과 식이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비만이라면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폐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며, 비만이 아닌 경우 건강한 근육을 늘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에서 발표됐으며, 미국흉부의사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인 ‘체스트(Chest)’ 최근호에 실렸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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