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인명사고 반복…중대재해·브랜드 훼손 ‘위기’

현대엔지니어링, 인명사고 반복…중대재해·브랜드 훼손 ‘위기’

잦은 인명사고에 전국 공사 현장 올스톱 조치

기사승인 2025-03-12 06:00:04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본사 빌딩에서 열린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고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유정 기자

교량붕괴 사고로 홍역을 치룬 현대엔지니어링의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잦은 사고로 법적 처벌은 물론 현대건설과 공동 주택 브랜드인 ‘힐스테이트’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날 전국 공사 현장 작업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고속도로 교량 붕괴로 10명의 사상자가 나온 지 13일 만에 또 사망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10일 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중인 아파트 외벽의 ‘갱폼’(Gang Form·건물 외부 벽체에 설치하는 대형 거푸집)을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 갱폼은 해당 층의 콘크리트 양생이 끝나면 철제 고리 등으로, 타워크레인에 연결해 지상으로 내리게 돼 있다. 그러나 갱폼의 철제 고리를 푸는 작업이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타워크레인이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6m 높이에서 떨어진 1명은 숨지고 1명은 부상을 입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교량붕괴 사고로 머리 숙인 지 단 13일 만이다. 주 대표는 지난달 28일 교량붕괴 사건 관련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언론 대상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주 대표는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향후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고 철저히 이행토록 하겠다”며 고개 숙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참여 중인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에서 거더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10명이 추락·매몰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57.2% 지분을 가지고 주관사를 맡았다. 나머지는 호반산업(34.4%), 범양건영(8.4%)이 맡고 있다. 고인과 부상자들은 하도급 업체 소속이다. 

반복된 사고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국 건설 현장 올스톱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1일 전국 공사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현황 점검 및 안전대책을 재수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운영 중인 공사 현장은 모두 80여곳이다. 여기에는 사회기반시설(SOC)과 주택 공사장이 모두 해당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장별로 대책을 수립한 뒤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나…부담 2배로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사고 관련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과 정부는 사고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사고로 중대재해 처벌 위기에 놓인 주우정 대표는 평택시 신축 아파트 사고로 처벌 부담이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 등의 처벌을 규정한 법률로서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사망한 노동자가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라도 원청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수사 대상에 주 대표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중처법 적용 여부는 최종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처법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 여부를 살펴보고, 2단계는 고용노동부 조사다”라며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사전에 충분히 안전보건 조치를 한 경우엔 법 적용 자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름값 100억원대 ‘힐스테이트’도 타격

현대엔지니어링의 잦은 품질, 시공 중 사고로 주택브랜드 ‘힐스테이트’의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하다. 품질과 안전은 주택 브랜드 신뢰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공동주택 하자 처리 현황과 주요 건설사별 2024년 하반기 하자 판정에서 하자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서 9월까지 6개월간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2343가구에서 118건의 하자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하자에 이어 공사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피해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부담할 전망이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현대건설의 브랜드로 현대엔지니어링이 1년 단위로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사용 계약을 맺는다. 공시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로 111억원을 지불했다. 올해도 100억원에 못 미치는 브랜드 사용료를 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는 주택 매출에 따라 일정 부분 낸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힐스테이트라고 하면 현대건설을 떠올릴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파트를 많이 짓는 나라에서 예상하지 못할 후진국형의 부실시공과 하자,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하다”며 “시공사도 사고가 안 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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