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배치되는 전국 보건지소 10곳 중 6곳은 하루에 5명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리적인 공보의 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보건지소의 의과 진료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과 주요 도시, 진료 건수가 0건인 곳을 제외하고 전국 1228개 보건지소 중 791곳(64.4%)은 하루 평균 5명이 안 되는 환자를 진료했다. 하루 평균 3명 이하의 환자를 보는 곳은 524곳(42.7%)에 달했다. 하루 평균 1명의 환자도 받지 않는 보건지소도 170곳(13.8%) 있었다.
지난해 대공협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2022년 하반기 기준 전국 1275개 보건지소 중 반경 1㎞ 이내에 민간 의료기관이 위치한 보건지소는 526곳(41.3%)이었다. 반경 4㎞까지 확대할 경우 최소 한 개 이상의 민간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보건지소는 818곳(64.2%)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공보의는 보건의료기관 내 자신의 배치가 합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공협이 공보의 3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7.8%는 ‘본인의 보건지소 배치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민간 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54.2%)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민간 의료기관이 인접한 지역의 공보의 배치 축소’(67.3%)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은 보건지소에 불필요하게 공보의를 배치하고 정작 의료 인력이 절실한 무의촌에선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민간 의사는 채용하지 않으면서 지자체가 재정 문제를 이유로 공보의에 의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공보의를 단순한 민원 해결 도구로 활용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의촌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의료전달체계와 질환별 문제를 합리적으로 세분화해야 한다”면서 “지자체도 보건복지부만 바라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