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자궁내막종을 수술 없이 치료하는 ‘카테터 유도 경화술’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슬기 산부인과 교수·이재환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제 SCIE 학술지인 ‘Diagnostic and Interventional Radiology’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자궁내막종은 자궁내막 조직이 원래 있어야 할 자궁 내부가 아닌 난소, 복막, 나팔관 등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난소에 유착해 나타나는 ‘난소 자궁내막종’이 가장 흔한 형태다. 난임과 만성 골반통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난소 자궁내막종의 표준 치료법은 복강경을 통해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술 과정에서 난소 조직이 손상되며 난소 기능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가임기 여성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최근에는 난소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카테터 유도 경화술이 대두되고 있다. 경화술은 병변 내부의 액체를 제거한 후 99% 농도의 에탄올을 주입해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바늘을 이용한 경화술(NDS)을 사용했으나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바늘은 병변 부위에 접근할 때 직선으로 정확하게 삽입해야 하고, 고정이 어려워 시술 중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다. 아울러 에탄올이 복강 안으로 유출될 위험이 있고, 치료 효과의 편차도 커 재발률이 최대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대안으로 개발된 것이 카테터 유도 경화술이다. 카테터는 몸속에서도 유연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목표 위치에 도달한 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정확하고 효율적인 시술이 이뤄진다.
연구팀은 카테터 유도 경화술의 안전성과 장기적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2020~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카테터 유도 경화술을 받은 난소 자궁내막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시술 후 자궁내막종의 평균 크기는 98.9% 감소했으며, 추적 관찰 기간 1년 동안 재발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난소 기능을 평가하는 항뮐러관호르몬(AMH) 수치 변화를 분석해보니 시술 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감소가 없어 난소 기능이 잘 유지되는 점도 확인했다.
김슬기 교수는 “카테터 유도 경화술은 난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기존 수술적 치료와 동등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중요한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환 교수는 “카테터 유도 경화술은 기존의 바늘을 이용한 경화술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치료 효과가 뛰어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만큼 계속해서 치료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