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근율 신임 회장이 대한바둑협회 사무처 쇄신을 천명했다. 하 회장은 차주 기자회견과 경찰서 방문을 언급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하근율 대한바둑협회장은 “보조금법 위반 등 협회의 부정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 회장은 하루 전인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대한바둑협회 제1차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도 경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했다.
앞선 2월25일 쿠키뉴스가 단독 보도한 ‘[단독] 27일 동안 ‘11개 사업 6억5469만원’…바둑협회 수상한 일감 몰아주기’ 기사에서 하 회장은 “지난 1월 회장 선거 당시 제가 1번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이 바로 ‘투명한 책임경영으로 혁신하는 협회’였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하 회장은 “문제가 있는 부분을 잘 살펴 조치하고, 향후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날 총회에서 발언한 내용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하 회장은 쿠키뉴스에 “대한바둑협회 보조금법 위반, 채용 비리 등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라며 “이후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 감사실에서 대한바둑협회에 대해 66쪽 분량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서 지적된 내용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당시 대한체육회 감사실은 “대한바둑협회가 부문별 독점 권리가 없는 후원사와 방송홍보·제작, 용품구입, 대회 및 행사 운영 등에 4년간(2019~2022년) 26회에 걸쳐 5억6088만원의 수의계약을 맺고, 같은 기간 동일한 후원사로부터 수의계약 금액의 35.4%에 달하는 1억9865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체육회 감사실은 “해당 기부금이 특정 사용처를 지정하는 ‘지정 기부금’ 형식이 아니라 각종 사업비, 인건비, 협회 운영비 등으로 활용되는 ‘자체예산’으로 편성·집행됐다”면서 “대한바둑협회가 후원사에 법인세법 제24조(기부금의 손금불산입)에 따른 절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기부금 대가로 수의계약을 연계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바둑협회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대한체육회로부터 받는 비용만으로는 직원들의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다”면서 “바둑 업체들에 보조금 사업을 주고 기부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는 모두 직원 월급 및 협회 운영비로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한체육회 감사실에서는 “종목 단체들의 재정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도 “특정 업체와 보조금을 사용해 수의계약을 맺고, 기부금을 통해 ‘페이백’ 받은 돈을 사무처 직원들 월급을 주는 데 사용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안동시바둑협회장과 경북바둑협회장을 역임한 하 회장은 지난 1월11일 제10대 대한바둑협회 회장 선거에서 유표투표 129표 중 50표를 얻어 45표에 그친 정봉수 전 회장, 34표에 그친 이종구(전 국회의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