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총회의 계절이 다가왔다. 주요 게임사 주주총회(주총)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 ‘법률 전문가’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최근 게임업계를 덮친 법적 리스크와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대응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주총 시즌이 시작한다. 26일은 ‘수퍼 주총데이’로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데브시스터즈가 주총을 계획하고 있다. 27일 펄어비스, 시프트업, 네오위즈, 28일 넥슨게임즈, 웹젠, NHN, 31일 넷마블이다.
주주총회란 회사 주주들이 모여 주요 사안을 논의하고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회의다. 재무제표·임원 보수 한도 승인 등을 의결하며, 대표나 사외이사 선임 등의 사안도 논의한다. 올해 주요 게임사 주총 핵심 인물은 ‘법률 전문가’다. 과거에는 산업 전문가가 주로 맡았지만, 이제는 달라진 흐름이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주총에서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 총괄은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으며,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정 후보자에 대해 “테크 산업 현장 경험을 겸비한 법률가이자 리스크 관리 전문가”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을 객관적 시각에서 감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도 상징적인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바로 노정연 전 대구고검장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정기인사에서 부산고검장에 임명되며, 검찰 역사상 ‘최초 여성 고검장’이란 타이틀을 달성했다. 이후 대구고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5월부터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는 데는 부쩍 커진 법적 리스크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의무 고지화를 비롯해 게임사 간의 법적 분쟁도 늘어났다. 저작권, 지식재산권, 영업비밀 침해 의혹 등이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를 비롯해 엔씨소프트도 웹젠, 카카오게임즈 등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용자의 법적 대응이 늘어나기도 했다. 트럭 시위를 통한 단체 의견 표력에서 집단 소송, 손해배상 제기 등으로 대응 양식이 변화했다.
성숙기에 접어 든 국내 게임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글로벌’ 영향력 확대다. 넷마블은 31일 주총을 열고 리나촨 텐센트게임즈 사업개발총괄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려 한다. 넷마블은 “리나촨 후보자는 중국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선도회사인 텐센트게임즈에 재직 중”이라며 “당사의 글로벌 사업 역량 제고에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컴투스와 크래프톤도 마찬가지다. 컴투스는 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강 이사는 왓차 공동창업자로 지난 2018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출시했다. 에이블리는 론칭 3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특히 크래프톤은 ‘글로벌통’ 윤구 오토데스크 디지털‧E커머스 부사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려 한다. 윤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쳐 애플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사장으로 근무하는 오토데스크 역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엔지니어링 산업, 건축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으로 최근 AI·클라우드 기반 설계 및 시뮬레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