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이 네덜란드 원전 수출 수주전 참여를 포기했다. 지난해 말 스웨덴, 지난 2월 슬로베니아에 이어 한수원이 유럽 수주 경쟁에 세 번째 불참하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협상 타결의 영향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유럽 국가 중 신규 원전 건설에 가장 근접한 곳으로,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22년 말 원전 건설 로드맵을 발표한 뒤 1000MW(메가와트)급 이상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밝혔다. 올해부터 입찰이 진행돼 오는 2035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나섰으며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올해 본격 입찰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도 향후 네덜란드 등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한수원이 돌연 포기하면서 네덜란드 원전 수주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만이 남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체코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네덜란드 수출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수원은 슬로베니아 전력회사 젠에너지가 추진하는 최대 2400MW 규모 원전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에도 불참하기로 지난 2월 결정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스웨덴 원전 수출도 포기하기로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사가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기술인 AP1000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건설과 스웨덴 원전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처럼 한수원이 지난해 말부터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연이어 철수하자, 원전 업계에서는 올초 종료된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한수원이 당초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 삼아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 했다가, 지재권 협상 종료 전후로 유럽 내 3개국 원전 수주전에서 연달아 철수한 점이 석연찮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월 한수원이 체코 원전 계약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협상을 종료한 이후, 원전 업계 안팎에서는 한수원이 유럽 지역 원전 수출에서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몫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비밀 유지 협약을 이유로 구체적인 협상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지난해 한수원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잇따른 유럽 시장 철수로 인해 목표의 달성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