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4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기조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회 연속 금리 묶은 연준… 4.25~4.50% 동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19일(현지시간) 열린 3월 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에 따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던 1월 FOMC에 이어 2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성명서에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하고, “위원회는 연준의 두 가지 목표(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에 대한 위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FOMC가 언급한 경제 불확실성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와 성장 저하,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무역정책의 변화와 이에 따른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의 2.1%에서 1.7%로 낮아졌다.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됐다. 금리와 함께 발표된 경제전망예측(SEP)에서 연준은 2025년 연말 기준금리(중간값)를 지난해 12월 예측치와 같은 3.9%로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4.25~4.50%임을 감안하면 0.25%포인트(p)씩 두 차례 인하한다는 뜻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서도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을 3.9%로 제시했었다. 연준 정책 결정자 19명 중 11명도 연내 최소 2회 인하를 예상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금리가 장기적으로 3% 수준에 안착하기 전에 2026년 두 번, 2027년 한 번 더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는 불확실성이 높고 물가 안정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경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스탠스를 견지해 연준의 선택지가 금리 인하 혹은 동결의 두 가지로 좁혀져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최근 가계의 소비 기여도 둔화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6월부터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을 점검하면서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보이겠으나, 성장 하방 위험시 움직일 수 있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6월과 9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도 4월 ‘동결’ 전망…가계부채 움직임 예의주시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17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3.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당분간 환율, 가계부채 및 물가 추이 등을 지켜보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상단 기준 1.75%p를 유지했다.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져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한은도 이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주택거래량이 폭증한 상황이다. 둔화세를 보이던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단 우려도 커졌다. 가계부채 추이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주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주택거래량 증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쳐왔다.
한은은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경우를 예의주시 중이다. 이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린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2월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부분이 향후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적이라는 평가에는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추가적인 가계대출 흐름을 유의하면서 지켜보고 있고 상황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해나갈 것”이라고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된다”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 차가 유지된 상황에서,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이 당장 추가 인하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