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는 학생증 콘셉트”…‘언더피프틴’, 성 상품화 논란에 ‘눈물’ 호소했지만 ‘글쎄’ [쿠키 현장]

“바코드는 학생증 콘셉트”…‘언더피프틴’, 성 상품화 논란에 ‘눈물’ 호소했지만 ‘글쎄’ [쿠키 현장]

MBN 새 예능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긴급 제작보고회

기사승인 2025-03-25 16:41:40 업데이트 2025-03-25 17:12:24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대표, 황인영 대표, 용석인 PD(왼쪽부터)가 25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MBN 새 예능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긴급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성 상품화 논란으로 좌초를 겪고 있는 ‘언더피프틴’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본질 왜곡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명쾌한 해명 대신 눈물이 자리해, 등 돌린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25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MBN 새 예능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긴급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크레아 스튜디오 서혜진 대표, 황인영 대표, 용석인 PD가 참석했다. 이국용 PD는 함께하기로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오지 않았다.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로 진행되는 만 15세 이하 K팝 신동 발굴 세대교체 오디션이다. 인종·국적·장르를 불문하고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들 중 예심을 거친 59명이 데뷔에 도전하는 포맷이다.

하지만 공개 전부터 아동 성 상품화 논란에 휘말리면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노출이 있는 의상을 착용하고 진한 메이크업을 한 참가자들이 담긴 영상 티저, 바코드를 삽입한 참가자 프로필 등이 문제가 됐다.

이에 ‘언더피프틴’은 오는 31일 처음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MBN은 세부 내용 및 방영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 측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스타일링 등을 결정했으며, 녹화 준수사항을 지켰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럼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자, 크레아 스튜디오는 급히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황인영 대표는 “심려를 끼쳐드려서 굉장히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의혹이 사실처럼 확대되면서 제작사뿐만 아니라 참가자, 마스터, 트레이너, 스태프 모두 명예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보고회를 개최한 배경을 설명했다.

먼저 크레아 스튜디오는 이번 논란과 MBN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서혜진 대표는 “MBN에 제작비를 받지 않고, MBN은 플랫폼일 뿐”이라며 “의견이 다르지 않지만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느껴서 재검토한다고 의사를 표현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의하고 싶으면 회사(크레아 스튜디오) 앞에 오셔서 말하시라”며 “MBN은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오해를 불식하고자 일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혜진 대표는 내부적으로 확인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고 거듭 피력했다. 서 대표는 “2주 전 이미 첫 번째 편을 심의팀, 기획실, 편성팀에서 다 보시고, 방통위와 방심위에도 보냈다”며 “논란을 불식시키고 싶어서 이 편집본을 유튜브에 내겠다고 (방송사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크레아 스튜디오 황인영 대표가 25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MBN 새 예능 프로그램 '언더피프틴' 긴급 제작보고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나이 제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콘셉트 자체가 ‘알파세대 오디션’이었다고 반박했다. 황인영 대표는 “고민이 전혀 없지 않았다”면서도 “알파세대 오디션을 기획하고 싶다는 게 주요한 의도”라고 얘기했다. 아울러 ‘K팝스타’ 연출 경험을 언급하며, “21세기에 태어난 친구들은 기성세대와 굉장히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자랐고, K팝이 전 세계 기준이 되는 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제도의 벽에 부딪혀 꿈이 방치되고 있다”고 ‘언더피프틴’의 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개한 영상은 전체가 아닌 일부 편집본이라는 점, 당초 기획 의도가 ‘알파세대 오디션’이었음을 증빙할 자료는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논란에 불을 지핀 바코드 디자인은 학생증에서 따왔다고 설명했다. 서혜진 대표는 “프로그램이 학교라고 생각했다”며 “요즘 학생증에는 바코드와 생년월일이 들어가는데, 생년월일은 개인 정보라서 나이만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성적인 것으로 환치시키는 부분에 굉장히 놀랐다”며 “참가자들이 너무 상처받을까 봐 프로필을 다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포스터는 여성 노동자가 작업했다고 부연했다. 서혜진 대표는 “미디어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90% 정도가 여성”이라며 “성인지가 바닥일 거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를 낮게 보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해당 작업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캡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 캡처를 통해서는 대화를 나눈 날짜와 전후 맥락을 확인할 수 없어서,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부족했다. 

프로그램 현장 자체는 배움의 장이었으며, 왜곡된 시선을 거둬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기도 했다. 서혜진 대표는 “참가자 엄마들은 아이들이 좋은 선생님께 트레이닝과 평가를 받고 싶다는 고민이 있다”며 “오디션을 통해 가장 좋은 선생님과 컨택할 수 있다. 오디션은 완결편이 아니고 서로 성장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용석인 PD는 “배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구성했다”며 “마스터분들도 무대를 심사하는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조언하게끔 연출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공개 시점은 불투명한 모양새다. 서혜진 대표는 “여러 조언을 받아서 사전 방송 편집을 하고 있다. 사전 심의를 받고, 방송날짜를 조율하려고 한다”며 “‘31일 아니면 안 된다’는 아니다. 여러 지점을 찾아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여부를 묻는 말에 눈물을 쏟은 황인영 대표는 “내러티브가 길지 않고 이미지는 소비되다 보니 의도와 다르게 ‘어른 흉내’, ‘섹시 콘셉트’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작진도 100% 예상하고 갈 수 없지만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며 “미비한 점이 없는지 숙고할 시간과 기회가 되고 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공개가 확정된다고 해도 데뷔조의 매니지먼트는 미정이다. 관련 질문을 받은 서혜진 대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나이에 맞는 친구 같은 그룹을 만드는 게 저희 콘셉트”라며 “그 콘셉트를 잘 이해하는 회사와 컨택하며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회를 마무리하며 뒤늦게 울컥한 서혜진 대표는 또 한 번 프로그램의 성 상품화 의혹에 “아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100명이 넘는 제작진이 어린 친구들을 성 상품화하고, 아이들을 이용해 성 착취 제작물을 만들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반대말로 볼 때 해답이 명징해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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