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기습발표, 최선의 선택이라는 한화에어로…“공시 전 설명 절차 불가능”

유증 기습발표, 최선의 선택이라는 한화에어로…“공시 전 설명 절차 불가능”

“자본시장 생명은 예측 가능성·공정성…유상증자 이유 의문”
한화에어로 “부채 비율 급등 우려…유상증자 결의 ‘최선의 선택’”
주총서도 반발…“납득할 만한 답변 등 경영진 소통 의지 보여야”

기사승인 2025-03-25 17:33:03 업데이트 2025-03-25 20:16:36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연합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0일 3조6000억원대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하며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지배주주 이익보다 일반주주 보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포럼)은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회사 여유 자금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는데 쓰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주주에서 받고자하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포럼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화에어로 경영진과 이사회에 “자본시장의 생명은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이라며 “굳이 현시점에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화를 가져오는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원(243억달러) 유상증자를 시행했음에도 긍정적 반응이 나온 사례와 비교하며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의 차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보잉은 예상보다 2배 컸던 증자 규모에도 당일 주가는 3% 하락했고, 주가는 20% 상승했다. 이는 보잉이 자금 부족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대규모 자본조달의 필요성을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포럼은 “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부족하고 일반주주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듣겠다는 최소한 의식이 있다면 IB나 컨설턴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라며 “다양한 자본조달 시나리오 중 유상증자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포럼은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현 자본구조와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본배치 관련 활발한 토론을 했는지, 4년간 3조~4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유상증자는 불필요한 것 아닌지, 1조3000억원 규모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승인 한 달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일반주주 피해를 고려했는지 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 오는 데 1조3000억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절차적인 정당성을 갖춰야 하고, 회사의 주인인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결의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이날 경기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상증자에 대해 “차입을 통한 투자 계획을 고민해 봤지만, 이는 회사 부채비율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다”며 “단기간 부채 비율이 급등하면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데,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며 유상증자 이유를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 내에 집행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자금 마련 계획에 애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도 해당 논평에 대해 입장을 내고 ‘논리적 근거도 없고, 적절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화 측은 “미공개중요정보 위반 및 공시 위반이 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공시 이전에 설명하는 절차를 갖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잉은 경영위기가 오자 어쩔 수 없이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공모 방식을 선택했고, 주주배정 방식을 선택해 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준 한화에어로의 사례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화는 “미국의 경우 일괄등록제도 공시 후 주식 발행 전 투자자들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잉도 이사회 전에 증자 규모 등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화에어로는 이사회 개최 이전에 사외이사 사전 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역시 “유상증자와는 별개의 경영상 필요성에 근거해 진행되는 독립적인 거래”라며 “최초 취득부터 올해 추가 취득까지 한화오션 지분 인수 이후 주가 상승으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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