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28일 글로벌 정식 출시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카잔)’을 해 본 소감이다. 골디락스 존이란 동화에서 유래한 용어로, 너무 뜨겁지도, 춥지도 않아 생명체가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을 지닌 우주 공간을 뜻한다.
카잔은 콘솔로 소울류 게임을 처음 해보는 사람은 물론,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만족시키는 게임일 듯하다. 더불어 ‘던전앤파이터(던파)’ 세계관을 모르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PlayStation 5로 했다. ‘기세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해 쉬움 모드도 있지만, 일반 모드로 진행했다.
해당 게임은 네오플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던파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든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다. 원작 던파에서 주인공인 귀검사 ‘카잔’은 설산에 유배당해 죽는다. 카잔은 ‘그때 만약 그가 살아남았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게임은 살아남은 카잔이 복수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콘솔로 게임을 본격적으로 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들 말하는 소울류 게임도 처음이다. 카잔은 소울류의 스태미나 기반 전투 시스템이나 몬스터 배치 등 기존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고 생각한다. 물론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지난 “소울류냐고 많이들 묻는 데 아니라고 답하긴 한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다만 그가 미디어 인터뷰서 말했듯, 보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인왕’ 시리즈에 가까운 듯하다.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속도감이 빠른 것 등이 그렇다. 이런 지점은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액션에 변주를 줘 경쾌함을 더한다.

게임은 어렵다. 보통 게임할 때, 일단 돌진하는 편이다. 카잔은 회피가 핵심이다. 리듬감도 필요하다. 순발력은 좋지만,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해 난감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원거리서 날아오는 화살을 날아오는 대로 맞았다.
차분함이 필요하다. 퍼즐 풀 듯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을 생각해내는 게 핵심이다. 적 한 명을 따로 유인해 먼저 처치하는 식으로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면 뿌듯함에 게임을 계속 할 힘을 얻는다.
색다른 전투의 재미가 두드러진다. 일방적인 공격이 아니라 패링과 저스트 회피 등을 구사하다 보면 치열한 공방을 벌일 수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선택을 했을 때의 쾌감이 있다. 타격감도 좋았다. 다만 스태미나 관리는 게임을 하는 내내 숙제였다.
보스는 솔직히 ‘고난’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보스가 생각보다 복잡한 기술 패턴을 가지고 있다. 전략적인 전투를 구사해야 한다. 패링, 타이밍 공격, 기교, 연계 등으로 적의 공격을 무력화해야 했다.

난이도 조절은 절묘하다. 게임이 어려운 거 같으면서도 수월하고, 쉬운 거 같으면서도 난감하다. 보스를 맞닥뜨리기 전에 비슷한 패턴의 적이 나타나 연습해볼 수 있다. 다양한 성장 시스템도 고난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 된다. 기본적으로 높은 난도의 게임을 이런 요소들이 보조해 수월하게 해주는 식이다.
다만 카잔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게 필요해 보인다. 주인공 ‘카잔’ 한 명의 일대기로, 스토리가 단선적이다. 또 기승전결이 확실한 패키지 게임이다 보니 엔딩을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셈이다. 완결 지어진 이야기에서 사람들을 던파 세계관으로 어떻게 끌어들일지 궁금증이 남는다.
카잔 시연에서 가장 큰 발견은 넥슨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거다. 넥슨은 이미 한국 게임사 중 최초 연 매출 4조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더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카잔은 네오플의 첫 싱글 패키지 게임이다. 첫 제작인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
넥슨의 최근 화두는 ‘IP 확장’이다. 이미 성공한 IP를 더 성장시키고, 신규 IP를 선보여 보유 IP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던파만 해도 카잔을 시작으로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프로젝트 오버킬’ 등 후속작이 예정돼 있다. 카잔은 던파 외에 ‘바람의나라’, ‘테일즈위버’ 등 다른 IP의 패키지 게임이 나오길 바라게 만들었다. ‘패키지 게임 명가’라는 넥슨의 새로운 타이틀을 바라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