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성공해 MBK연합의 이사회 진입을 방어했다. 다만 MBK연합이 여전히 불복하고 있어 향후 또다시 가처분 등 소송 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9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이사 수 상한, 정관 일부 변경, 사내·외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은 예정 시간인 오전 9시를 2시간 이상 넘겨 11시30분경 개회됐다. 이 과정에서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내부거래를 통해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SMH(선메탈홀딩스)의 영풍 지분을 다시 늘리려 하고 있다”며 주총 고의 지연을 주장했고, 고려아연 측은 “상대(MBK연합)가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원본 데이터와 달라 검사인 참관 하에 확인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주총의 관건은 MBK연합의 ‘의결권 제한’ 여부였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번 정기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이 여전히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MBK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40.97%,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34.35%로 구분돼 있는데, 상호주 형성이 인정될 경우 MBK연합의 의결권은 15.55%로 축소된다.
MBK연합은 이에 불복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전날 법원이 기각했다. 직후 같은 날(27일) 먼저 정기주총을 개회한 영풍은 1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결의, 신주 6만8805주가 발행돼 SMH의 영풍에 대한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져 상호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주총 당일 SMH의 ‘기습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 주식 1350주를 약 6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지분을 넘긴 상대방은 영풍정밀(현 케이젯정밀)이다. 이로 인해 SMH의 영풍 지분은 10.03%로 다시 상승했다.

주총이 진행되는 내내 이러한 절차를 두고 변호인·주주 간 갑론을박이 오갔다. 영풍 측 대리인은 “당사는 상호주 형성 절차 및 그에 따른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 생각하고 있고, 금일 SMH의 장외매수가 언제, 어떠한 경위로 취득된 것인지 밝혀 달라”며 “나아가 영풍 측은 SMH로부터 어떠한 통지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 또한 위법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측 변호인은 “회사는 주식취득에 대한 잔고증명서를 오늘 8시54분경 받았기 때문에 원래 예정된 주총 시작 시간 전에 주식을 취득했으므로 10% 이상 지분이 복원돼 상호주 제한이 형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영풍 측에서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회사 IR 담당자 등에게 통지가 됐고 내용증명도 송부된 상태”라고 답했다.
의결권이 제한된 채 진행된 주총 안건 의결 과정에선 대부분 고려아연이 ‘판정승’을 거뒀다. 고려아연 측이 MBK연합의 대규모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해 제안한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한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사 수 19인 상한)’은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62.83%가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이후 양측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에서 고려아연 측은 박기덕 사장(사내이사)을 비롯해 권순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사외이사가 선임됐으며,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서대원 후보를 포함해 최 회장 측 이사 수는 기존 5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났다.
MBK연합이 추천한 이사 중에선 권광석, 강성두, 김광일 등 3명의 후보가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하면 MBK연합 측의 고려아연 이사진은 총 4명으로, 11대 4 구도가 형성됐다. 이사 수 상한이 19인으로 정해졌기에 남은 네 자리를 향후 MBK연합 측에서 갖게 되더라도 과반을 넘지 못하는 셈이 됐다.
다만 MBK연합이 의결권 제한 과정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또다시 지난 1월 임시주총 이후 제기된 가처분 등 소송 공방이 즉각 진행될 예정이다. 주총 폐회 직후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최 회장의 불법·탈법행위로 주주의 기본권마저 박탈돼 버린 고려아연 주총은 K-자본시장의 수치이자 오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반나절 짜리 상호주 제한 주장이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됐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당사와 MBK는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적대적 M&A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점에 많은 주주와 국민들께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며 “대한민국의 자원안보를 뒷받침하고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 주주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