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1분기 ‘먹구름’ 지속될까…LG화학, 재무건전성 성과 기대감

석화업계 1분기 ‘먹구름’ 지속될까…LG화학, 재무건전성 성과 기대감

- LG화학, 1개 분기 만에 흑전 기대감…불용재고처리 효과
- 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등 적자 지속할 듯…기초화학은 개선
- 韓 석화업계 재무구조 개선 가속…트럼프발 국제 정세가 관건

기사승인 2025-04-09 17:27:21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4기 LG화학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부진한 첫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LG화학을 필두로 구조조정,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작업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어 통상환경에 따라 향후 부진을 탈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증권업계의 주요 석화기업 1분기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LG화학은 1분기 매출 11조7000억원~11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1700억원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20억원을 기록한 지 1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시황 회복에 따라 이전 분기 발생한 배터리·양극재 불용재고처리 비용이 소멸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非)석유화학 부문인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IT 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등 첨단소재 부문의 성장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다만 배터리·양극재 판매는 1분기에도 부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티렌모노머(SM), 에틸렌옥시드(EO), 에틸렌글리콜(EG) 등 범용 제품의 구조조정 및 사업구조 재편을 대폭 단행해 온 LG화학은, 올해 캐펙스(시설투자, CAPEX)를 과거에 제시한 4조원대에서 2~3조원대로 재조정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R&D 투자 비용을 늘려 온 만큼 업황에 따라 올해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매출 2조7719억원, 영업적자 52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컨센서스(적자 520억원) 대비 소폭 확대된 규모다. 태양광부문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축소되겠으나, 전 분기 흑자 전환에 기여한 대규모 개발자산 매각 효과가 사라져 수익성 개선 효과까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케미칼부문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이 커질 전망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성소다 및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제품 가격 상승에도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및 폴리염화비닐(PVC)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적자를 지속하겠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적자폭을 개선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예상 매출액은 5조2341억원, 영업손실은 1406억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348억원에서 축소됐으며,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에 비하면 66%나 개선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특히 범용 화학제품 생산 비중이 높았던 롯데케미칼은 고강도 체질 개선을 통해 올 1분기 기초화학 영업손실 6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초화학 영업손실로만 봤을 때 지난해 3분기 3650억원, 지난해 4분기 1750억원에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약 3년간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석화업계는 구조조정·자산매각 등을 통해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을 단행하고, 기존 범용 화학제품 생산 비중을 줄여 스페셜티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올해 이러한 작업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더불어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어 올해 통상환경도 녹록지 않아 완전한 개선 국면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석화제품의 전체 수출 물량 중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43억달러 규모다. 중국(36.9%)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타 산업군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관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러한 무역장벽으로 인해 발생할 글로벌 경기침체다.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전방산업 수요가 위축되면 석화제품의 수요도 덩달아 위축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글로벌 통상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도 긍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단기적으론 석화업계의 원가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재고자산평가 손실이 심화해 수익성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줄어든 수익성이 더 감소할 경우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이러한 환경을 종합할 때 “글로벌 석유화학시장이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2029년 이후에야 점진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에너지 최적화 원료 유연성을 향상하고, 스페셜티 제품 포트폴리오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구책 실현을 위해 지난 몇 년간 군살을 빼고 있으나 트럼프 체제에서 올해도 녹록지 않은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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