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때는 이곳으로…서울에 문 연 ‘특별한 편의점’

외로울 때는 이곳으로…서울에 문 연 ‘특별한 편의점’

기사승인 2025-04-10 11:00:03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 관악점 내부 모습. 이예솔 기자

물건 대신 마음을 살피는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외로움 없는 도시를 꿈꾸는 서울시의 바람이 마침내 공간으로 구현됐다. 이 공간을 찾은 이들은 물건을 고르듯 감정을 꺼내놓고, 잔잔한 온기와 쉼을 담아간다.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에 들어서자, 은은한 캐모마일 향이 반긴다. 여느 편의점처럼 물건이 가득하진 않지만, 그 빈자리는 따스함과 평안으로 채워져 있다. 마음편의점은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편의점을 찾은 시민들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따뜻한 차 한 잔에 기대 잠시 숨을 골랐다. 이곳을 지키는 마음편의점 직원들 역시 한때 외로움이나 고립 속에 머물렀던 이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방문객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조심스럽게 공감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조모(29·여)씨는 “1인 가구로 혼자 지내는데, 주변에 말을 터놓을 지인이 많지 않다. 벌써 일주일 동안 서너 번 방문했다”며 “고민이 있다고 말하면, 상담사 선생님들이 커피를 마시자며 이야기를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연차를 내고 방문한 적도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 관악점 내부 모습. 이예솔 기자

편의점 내부에는 이용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마사지기와 족욕기가 마련돼 있고, 한편에는 라면, 반건조 고구마 등 즉석식품이 진열돼 있다. 첫 방문 시에는 외로움·고립 위험 점검표를 통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해 볼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외로움·고립감이 높게 나오면, 상담사와 연계하거나 지역 내 고립가구 전담 기관과 연결하는 지원이 이루어진다.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거나, 불안과 우울 등 심리 상태를 점검해보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손수아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주민협력과장은 “하루에 25~30명 정도 방문한다.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라며 “한 번 왔다가 매일 찾으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곳은 일상 속 작은 쉼표가 필요했던 이들의 새로운 일과가 돼가고 있다. 손 과장은 “아무 말 없이 복지관에서 밥만 먹고 가시던 분이 매일 오셔서 상담사와 15분씩 이야기를 하고 가신다. 하루 루틴이 된 듯하다”며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는데도,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은 현재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관악구를 비롯해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등 4개 자치구 종합사회복지관에 조성됐다. 관악점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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