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건 대신 마음을 살피는 편의점이 문을 열었다. 외로움 없는 도시를 꿈꾸는 서울시의 바람이 마침내 공간으로 구현됐다. 이 공간을 찾은 이들은 물건을 고르듯 감정을 꺼내놓고, 잔잔한 온기와 쉼을 담아간다.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성민종합사회복지관 6층에 마련된 ‘마음편의점’에 들어서자, 은은한 캐모마일 향이 반긴다. 여느 편의점처럼 물건이 가득하진 않지만, 그 빈자리는 따스함과 평안으로 채워져 있다. 마음편의점은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편의점을 찾은 시민들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따뜻한 차 한 잔에 기대 잠시 숨을 골랐다. 이곳을 지키는 마음편의점 직원들 역시 한때 외로움이나 고립 속에 머물렀던 이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방문객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조심스럽게 공감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조모(29·여)씨는 “1인 가구로 혼자 지내는데, 주변에 말을 터놓을 지인이 많지 않다. 벌써 일주일 동안 서너 번 방문했다”며 “고민이 있다고 말하면, 상담사 선생님들이 커피를 마시자며 이야기를 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연차를 내고 방문한 적도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찾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내부에는 이용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마사지기와 족욕기가 마련돼 있고, 한편에는 라면, 반건조 고구마 등 즉석식품이 진열돼 있다. 첫 방문 시에는 외로움·고립 위험 점검표를 통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해 볼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외로움·고립감이 높게 나오면, 상담사와 연계하거나 지역 내 고립가구 전담 기관과 연결하는 지원이 이루어진다.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거나, 불안과 우울 등 심리 상태를 점검해보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손수아 성민종합사회복지관 주민협력과장은 “하루에 25~30명 정도 방문한다.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라며 “한 번 왔다가 매일 찾으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이곳은 일상 속 작은 쉼표가 필요했던 이들의 새로운 일과가 돼가고 있다. 손 과장은 “아무 말 없이 복지관에서 밥만 먹고 가시던 분이 매일 오셔서 상담사와 15분씩 이야기를 하고 가신다. 하루 루틴이 된 듯하다”며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았는데도,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음편의점은 현재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관악구를 비롯해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등 4개 자치구 종합사회복지관에 조성됐다. 관악점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