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 노인 연령 조정을 위한 정부 논의가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은 제도별로 속도를 달리해 단계적으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지역본부에서 ‘제4차 노인 연령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노인 연령 규정은 신체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제도 지체’를 보여 상향 조정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3단계에 걸친 노인 연령 조정을 제안했다.
석 교수의 연령 조정안을 보면, 1단계는 2030년까지 상징성 있는 정책 변경을 통해 노년 기준 상향의 신호를 사회에 알리는 방안이다. 가령 올해부터 지하철 무임승차, 철도 할인 등 경로우대 혜택 기준을 매년 1세씩 높여 65세에서 70세로 조정하자는 제안이다.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을 통해 공원, 박물관 등 무료입장 기준도 순차적으로 상향하고,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공식적으로 ‘노인은 70세 이상’으로 선언하자는 것이다.
2단계에선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연령 기준을 높인다. 예컨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48년까지 68세로 연장하고, 기초연금 신규 수급 연령도 현재 65세에서 2030년 66세로 올리면서 2040년까지 70세로 맞추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법정 노년 기준 70세가 자리 잡히면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고 건강수명이 더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인구 추계와 사회 상황을 재평가해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로 상향하자는 것이 3단계 안이다.
석 교수는 제도별로 연령 기준 조정 속도를 달리하는 것은 물론 개인 건강·소득 등의 차이를 고려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석 교수는 “특히 취약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기대수명은 계층별로 큰 차이를 보이며, 고소득·고학력층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동일 연령 기준을 모든 인구집단에 일률 적용할 경우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퇴직연령·연금개시연령 연동 시 수명 불평등에 따른 역진성 문제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고용 연장과 관련해 발표를 맡은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고령자 고용 활성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고령자 고용 추세는 과거보다 50대 중후반 근로자의 상용직 비중이 증가했지만, 법정 정년(60세) 이후엔 고령자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고령자 고용 활성화를 통해 생산 연령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손실 및 노인 빈곤을 완화하고, 노인의 삶의 질 증진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법정 정년까지 주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년 이후 고용기간 연장을 지원하며 고령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전문가 간담회 결과 등을 토대로 정부 차원의 노인 연령 변경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범부처 협의체가 출범한 바 있다.
간담회 위원장을 맡은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까지 4차례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사회복지·고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령층의 현황과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제도와 해외 사례 등을 폭넓게 논의해왔다”라며 “과거에 비해 고령층의 특성이 크게 변화해 온 만큼, 합리적으로 노인 연령 기준 개편을 논의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