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수급 나이를 5년 늦추면 연간 6조원 이상의 재정 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자, 노인 연령 상향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기초연금의 수급 연령이 올라가면, 현재 법정 정년인 60세부터 연금을 받는 시기까지 무려 10년 동안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정년 연장과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한 의원실의 의뢰를 받고 노인 연령 상향 조정에 따른 재정 지출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일 경우 2023년 6조3000억원, 2024년 6조8000억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한 만큼, 각종 복지 혜택을 적용하는 나이에 대한 논쟁도 불붙고 있다. 노인 연령은 지하철 무임승차와 같은 경로우대 제도, 노인일자리 사업 등 각종 사회서비스 사업의 선정 기준이 된다. 노인 연령을 높이면 그만큼 복지 대상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기초연금은 가파른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복지 사업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제1차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기초연금 소요 재정은 2030년 39조7000억원, 2040년 76조9000억원, 2050년 125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보전된다.
하지만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근로자들이 정년 퇴직 후 기초연금 수급 연령까지 소득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70세로 늦춰지면 법적 정년에 따라 60세에 퇴직한 근로자는 무려 10년간의 소득 공백을 버텨야 한다.
노후 불안이 높은 사회에서 소득 공백 발생은 치명적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14.2%)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는 소득 공백이 발생할 때 버텨낼 여력이 낮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아울러 오는 2033년 65세로 상향 조정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일치하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연계 감액 제도가 있을 정도로, 깊은 상관성이 있다. 당장 추진하기엔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수급 연령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은퇴 시점이다. 정년 퇴직 이후부터 노후소득 보장 필요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면서 “노인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불안정하고 단기간인 경우가 많다. 노인일자리 문제가 해소되고,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된 다음부터 기초연금 수급 연령 상향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 65세로 조정되는데, 기초연금만 올릴 수 없다”며 “기초연금 수급 연령 조정은 당장 논의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