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대 임신중독중 치료제로 등장해 인기를 끌던 탈리도마이드는 향후 기형아 출산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며 사용이 중단됐다.
탈리도마이드는 생체 내에서 광학 이성질체의 특성으로 한쪽 이성질체는 진정 효과를 보이면서도 다른 쪽은 기형을 유발한다.
이는 광학 이성질체가 동일한 화학식을 가지면서도 거울상 관계에 있는 분자 특성 상 생물학적 활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형태는 유사하지만 포개어지지 않는 관계와 유사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특정 광학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비대칭 촉매 반응은 신약 개발과 정밀 유기합성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21개 화학반응 동시 분석
KAIST 화학과 김현우 교수팀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합성 시대에 적합한 혁신적인 광학이성질체 분석기술을 개발했다.
AI 기반 자율합성은 AI를 활용해 화학물질 합성과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첨단 기술로, AI가 실험 조건을 예측·조절하고 결과를 해석해 후속 실험을 스스로 설계함으로써 반복실험 수행 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해 연구 효율성과 혁신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다수의 반응물을 동시에 투입해 진행하는 비대칭 촉매 반응을 고해상도 불소 핵자기공명분광기(19F NMR)를 활용해 정밀 분석한 세계 최초의 기술로, 신약개발 및 촉매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에 획기적 발전이 기대된다.

현재 자율합성 시스템은 반응 설계부터 수행까지는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반응 결과 분석은 전통적 장비를 활용한 개별 처리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속도 저하와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고속 반복실험에는 적합하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됐다.
1990년대에 제안된 ‘다기질 동시 스크리닝 기법’은 반응 분석의 효율을 극대화할 전략으로 주목받았지만, 기존 크로마토그래피 기반 분석법의 한계로 인해 적용 가능한 기질 수가 제한적이고, 원하는 광학 이성질체만 선택 합성하는 비대칭 합성 반응에서는 10종 이상의 기질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다수 반응물을 하나의 용기에 투입해 동시에 비대칭 촉매 반응을 수행한 뒤 불소 작용기를 생성물에 도입하고, 자체 개발한 카이랄 코발트 시약을 적용해 모든 광학 이성질체를 명확하게 정량 분석할 수 있는 불소 19F NMR 기반 다기질 동시 스크리닝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19F NMR의 우수한 분해능과 민감도를 활용, 21종 기질의 비대칭 합성 반응을 단일 반응 용기에서 동시에 수행하고 생성물의 수율과 광학 이성질체 비율을 별도의 분리 과정 없이 정량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비대칭 촉매 반응의 효율성과 선택성을 신속히 검증할 수 있는 기술로, AI 기반 자율화 연구의 핵심 분석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단일 실험으로 기질 수십 종의 반응성과 광학활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며 “이러한 다기질 스크리닝 기법은 보다 실용적이고 총체적인 촉매 개발을 가능케 해 광학활성을 지닌 화합물의 합성 효율을 극대화하고,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정밀 합성화학 실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김동훈 석박통합과정이 제1저자로, 최경선 석박통합과정이 제2저자로 수행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논문명 : One-pot Multisubstrate Screening for Asymmetric Catalysis Enabled by 19F NMR-based Simultaneous Chiral Analysis / ※ DOI: 10.1021/jacs.5c03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