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신규 인력 가운데 약 60%가 병원을 떠나는 ‘탈 임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이탈과 병원 경영난이 겹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채용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한간호협회가 분석한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2023년 25만4566명에서 올해 28만3603명으로 2만9037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면허 취득자는 총 7만686명이었지만 이 중 병원에 실제 취업한 인력은 약 40%에 불과해 전체 신규 인력의 60% 정도가 병원을 떠나거나 임상 현장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력 단절 간호사 수는 매년 급증해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채용 증가폭이 현저히 줄었다. 전공의 대거 이탈과 병원 재정 부담으로 인해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축소하면서 지난해 5.19%(3604명)였던 증가율은 2025년 1.92%(1405명)로 감소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1% 줄어든 수치다.
상급병원의 채용 축소는 신규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으로 유입되거나 취업 자체를 유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 수는 늘고 있다. 종합병원은 2025년 7.57%(7156명) 증가해 전년도(4.4%, 3984명)보다 1.7배 상승했으며, 병원급 기관도 2024년 8.52%(3251명)에서 2025년 9.3%(3853명)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 간 간호 인력 증가율 격차도 뚜렷했다. 경기도는 2024년 5만5596명에서 2025년 5만9012명으로 6.14% 늘어 전국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경북(9.8%), 충북(7.61%), 인천(7.69%), 제주(7.27%) 등도 높은 증가율을 그렸다. 반면 세종시는 0.46% 감소했다. 강원(2.93%), 전남(4.02%), 서울(4.54%), 부산(4.54%) 등은 전국 평균인 5.60%를 밑돌며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간호 인력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간호사 대 환자 수 기준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간호사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적정 인력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 대 환자 수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선이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 간호학과 교수도 “의료공백 사태 이후 간호사의 책임은 커졌지만 권한과 보상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단순히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간호사가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