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만큼 증상이 본격화되기 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조기 치료와 관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오는 2050년에는 2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약 6% 수준인 치매 유병률도 2050년에는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의 약 27%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시기는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박정훈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센터장은 “치매는 초기 증상이 건망증과 비슷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 사회 인식 탓에 치료를 미루다가 병이 악화되기도 한다”며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중증 치매로 진행되기 전에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적정 치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는 뇌 손상으로 인해 여러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있으며, 이 중 알츠하이머형이 전체 노인성 치매의 약 7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조직이 손상되고 위축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인지 능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며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치매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언어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 일부에 저하가 있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다. 정상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연간 10~15%가 치매로 악화되는 만큼 이 시점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이어가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약속 자체를 잊거나 계산이 오래 걸리며, 대중교통 이용이나 가전제품 조작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 신경세포 손상이 40대부터 나타난다는 점에서 조기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뇌를 자극해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음주와 흡연은 뇌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삼가는 게 좋다.
박 센터장은 “치매 치료의 핵심은 조기 발견과 예방에 있다”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면 환자의 40~70%는 10년 후에도 치매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증상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