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꾸준히 늘어난 산재가 부른 사망사고…안전불감증 도마 [공기업은 지금]

한전KPS, 꾸준히 늘어난 산재가 부른 사망사고…안전불감증 도마 [공기업은 지금]

- 5년간 산재 증가, 지난해 24명 급증…사망 5명 중 지난해 3명
- 한전KPS 출신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관리 소홀이 부른 비극
- 고용부·경영평가 솜방망이 지적…내년 새 수장 체제서 부담 가중

기사승인 2025-06-26 06:00:08 업데이트 2025-06-26 11:21:11
한전KPS 나주 본사 전경. 한전KPS 제공 

지난 2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고(故) 김충현 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1차 하청공기업인 한전KPS가 최근 5년간 산업재해 및 사망사고가 꾸준히 증가해온 것으로 확인되며 이번 사고 역시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경영평가에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은 데 이어, 내년 평가에서는 김 씨 사망사고가 반영될 예정이어서 한전KPS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력설비 정비전문공기업 한전KPS의 산업재해자는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해왔다. 

2020년 9명, 2021년 12명을 기록해오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에도 12명, 2023년에는 19명, 지난해에는 24명으로 오히려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총 5명으로, 이 중 3명은 지난해 한 해에 집중됐다. 

이러한 산재 및 사망사고 증가는 한전KPS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태안화력발전소 내 경상정비공사 부문에서 서부발전이 발주한 하청업체 3곳 중 한전KPS만이 유일하게 재하청업체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금화PSC와 두산에너빌리티는 2차 하청업체를 두지 않았다.

경상정비는 발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설비를 상시 점검·정비하는 작업이다. 한전KPS는 경상정비공사 내에서도 전기분야 업무는 삼신에, 기계 분야는 한국파워O&M에 각각 나눠 하청을 줬다. 한국파워O&M 소속이었던 김충현씨는 기계공작실에서 혼자 발전설비 부품을 절삭가공하다 숨졌다.

노동당국은 김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전KPS가 2차 하청업체가 없는 금화PSC, 두산에너빌리티와 달리 어떻게 업무를 처리해 왔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전KPS에서 퇴직한 인사들이 설립했거나 재취업한 업체들이 재하청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파워O&M 부사장은 한전KPS 퇴직자이며, 또 다른 2차 하청업체인 삼신 역시 한전KPS 출신이 창립한 업체로 알려졌다. 삼신은 경상정비공사 부문에서 총 24건의 입찰을 수주했는데, 이 중 19건은 한전KPS로부터 받은 것이다.

한전KPS 측은 이와 관련해 “공정하게 전자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고용부 솜방망이 처벌, 안전불감증 유발…내년 철퇴 맞을까

한전KPS와 더불어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책임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24명의 산업재해자가 발생하고 이중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전KPS에 단 2건의 시정지시를 내리는 데 그쳤으며, 그마저도 사망사고와 관련이 없는 △합판 취급 작업 시 무게 및 중심 안내표시 미흡 △근로자 휴게시설 관리 미흡 등이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안전관리등급제 평가’에서 미흡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지만, 같은 해 고용부 등으로부터 ‘산재 예방 우수 사례’와 ‘ESG 경영 문화 확산’ 성과 등을 인정받아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달 초 김씨 사망사고 직후 고용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태안화력발전소와 한전KPS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취소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사한 맥락으로, 기재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공기업·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기준 개정 요구도 커지고 있다. 실적 또는 재무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근로자 안전 항목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우려에서다. 

한전KPS는 지난해 경평(2023년도분)에서 우수(A) 등급을 획득했으며, 올해 경평(2024년도분)에선 한 단계 내려온 양호(B) 등급을 획득했다. 등급 하락에는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기관장 경고 조치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공기업 경평에서 안전 항목의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절반으로 깎았고, 2점 중에 산업재해 분야는 0.5점에 불과해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 전체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 반복 사고를 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공기업 경영평가 기준 개정에 착수하며, 이르면 9~10월 중 개정안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당에서도 평가 지표 내 안전 항목 강화를 요구해온 만큼, 배점 확대가 유력하다. 개정안이 연내 확정되면, 내년 경평에서는 한전KPS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모두 중대재해 항목 평가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KPS는 김씨 사망사고 17일 만인 지난 19일 김홍연 사장 및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이번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현재 사고 원인 규명과 수습을 위한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장 안전에 온 힘을 쏟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김홍연 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6월 만료되며 현재 차기 사장 선임 절차도 탄핵 정국 이후 관련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후임으로 내정된 허상국 한전KPS 부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선이 완료돼야 임명이 가능한 만큼, 공석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후속 대응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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